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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교육감, 전교조 교사 징계 거부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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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상곤

대법원이 김상곤(64) 경기교육감이 낸 행정소송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손을 들어주고, 김 교육감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를 징계하라는 명령에 불복한 것과 관련해서다. 교과부의 직무명령을 이행하지는 않았지만 형사처벌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7일 “전교조 교사 징계를 요구한 교과부의 직무이행 명령을 취소하라”며 김 교육감이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양측의 대립은 2009년 6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이명박정부의 정국 운영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이에 서명한 교사 1만6171명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시국선언을 주도한 경기 지역 교사 14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집단행위금지) 혐의로 기소하고 경기교육청에 통보했다. 하지만 경기교육청은 이 중 2명만 경징계하고 나머지 교사에게는 주의·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교과부가 다른 교육청 소속 교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김 교육감에게 중징계 의결을 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반발해 김 교육감은 직무명령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검찰은 김 교육감의 직무유기 혐의를 조사한 뒤 재판에 넘겼다.

 소송의 쟁점은 ▶교사들의 행동이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된 집단행위금지 조항을 위반했느냐와 ▶교과부가 지방 교육감에게 교원 징계를 요구할 권한이 있느냐였다. 대법원 1부는 우선 “교육공무원법상 교사 임용권은 교과부 장관에게 있고 임용에는 채용과 승진은 물론 징계도 포함된다”며 “교육감이 국가가 위임한 사무의 집행을 게을리했다면 주무 장관은 이행을 명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특정 정치세력에 반대하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으로 교원의 정치 중립성을 침해한 것이므로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과 교과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은 최근 지자체에 대한 국가 위임사무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교원평가 직무이행 명령을 거부한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낸 소송에서도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와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둘러싼 다른 소송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 교육감이 직무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주무 장관의 직무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지자체장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며 “김 교육감도 소송을 제기한 만큼 직무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자동적으로 직무유기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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