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성실·희생 … 우린 세 가지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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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리베로’ 홍명보(44)가 한국 축구 대표팀을 맡게 됐다. 홍 감독은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원 팀(one team·하나의 팀), 원 스피릿(one spirit·하나의 정신), 원 골(one goal·하나의 목표)로 세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홍명보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홍 감독은 ‘한국형 축구’로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파주=김민규 기자]

한국 축구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져 사람들은 쉽게 “한국 축구는 안 돼”라고 말한다. ‘한국 축구=뻥축구’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많다.

 홍명보(44)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 같은 편견에 정면으로 맞섰다. 25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이 제시한 키워드는 ‘한국형 축구’다.

 그는 “우리 대표팀은 스페인·독일 선수가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술을 만들어 월드컵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올 초부터 5개월간 러시아 클럽 안지에서 연수한 홍 감독은 “그곳에는 11개국의 선수들이 섞여 뛰고 있다. 그 선수를 보면서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게 됐다”며 “한국 선수는 근면하고 성실하다. 팀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한다.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어우러져도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내가 이끌 대표팀의 핵심 가치는 원 팀(one team·하나의 팀), 원 스피릿(one spirit·하나의 정신), 원 골(one goal·하나의 목표)이다. 최고의 선수를 뽑아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를 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팀 정신을 강조한 것은 해외파와 국내파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현 대표팀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박지성(32·퀸즈파크레인저스) 복귀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홍 감독은 “중요한 건 선수 자신의 의지다. 이미 은퇴를 선언한 만큼 박지성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최고의 기량을 지닌 박지성이라고 해도 대표팀에 불러들일 생각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기자회견 내내 홍 감독은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그는 “축구협회가 장기 계약을 주문했지만 내가 2년 계약을 원했다. 너무 장기 계약을 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홍 감독이 협회에 끌려가며 ‘독이 든 성배’를 잡았다는 항간의 루머를 일축했다. 그의 첫 번째 시험대는 다음 달 20일 일본·중국·호주와 격돌하는 동아시아대회다. 해외파를 제외하고 국내파 위주로 팀을 짜야 하지만 홍 감독은 “축구팬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그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동국(34·전북)과 손흥민(21·레버쿠젠)의 향후 입지에 대한 불편한 질문도 “단 한 번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선수 발탁 여부를 미리 밝힌 적이 없다”고 여유 있게 받아 넘겼다. 이동국은 최강희 감독의 황태자이며, 손흥민은 2012 런던 올림픽 때 홍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파주=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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