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화이트 하우스 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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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여름철 더위를 씻어내는 액션영화다. 백악관이 공격받는 이야기를 그린 ‘화이트 하우스 다운’(27일 개봉) 얘기다. 대통령 경호원직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존 케일(채닝 테이텀·사진)이 딸과 함께 백악관 견학에 나선 바로 그 날, 엄청난 공격이 쏟아진다. 존은 대통령과 딸을 함께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재난영화의 귀재로 불리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솜씨가 여전하다. ‘인디펜던스 데이’(1996) ‘투모로우’(2004) ‘2012’(2009) 등 주로 지구 멸망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어왔던 그가 이번에는 백악관으로 무대를 좁혔다.

 하지만 무언가 폭발하고 무너지는 장면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심심한 건 아니다. 맨몸으로 부딪치는 남자들의 액션이 지루할 틈 없이 스크린을 채운다. 백악관이란 고립된 공간은 긴장의 밀도를 높이기에 최적이다. 방과 복도는 물론 엘리베이터와 지하 벙커, 수영장 등 실제 건물과 흡사한 세트를 구현해 곳곳을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주인공 존 케일 역의 채닝 테이텀(33)도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스텝 업’(2006) 등을 통해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그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십분 활용해 액션 장면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다. 대통령 제임스 소여 역을 맡은 제이미 폭스(46)와도 합이 잘 맞는다. 군데군데 자연스레 녹아 든 유머도 이야기를 매끄럽게 연결시킨다. 그러나 어디 가랴. 에머리히의 약점으로 꼽혔던 ‘드라마의 부족’은 이번에도 눈에 띈다. 악의 정체는 새로울 게 없고,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는 예측 가능해진다. 백악관 홍보 영상 같은 전반부도 아쉽다. 때문에 인질로 잡힌 딸을 구하겠다는 존 케일의 부성애도 그리 살갑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임주리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장르 액션 상영시간 131분 등급 15세 관람가

★★★☆(강유정 영화저널리스트) 오랜만에 보는 올드 패션 스타일의 액션. 간만에 사람과 사람이 몸으로 부딪힌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느낌의 청바지를 입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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