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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달전 정부여당 정책심의회에서는 주민등륵증의 발급및 그 상시 휴대를 장려하기위한 일연의 방안을 채택한 바 있었는데, 지난5일에는 내무부가 「주민등록증 활용방안」이라는 것을만들어 가지고 4월1일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한다고 하여 사회적으로 크게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 활용방안이란 ①정부가 발행하는 인가·허가·등록서류등 각종 민원서류에 주민등록증번호란을 설치, 확인 대조하도록 한다. ②각급관서및 국영기업제의 채용시험과 입학시험에도 주민등록증을 제시토록한다. ③관공서및 외국기관 출입에는 주민등록증만을 신분증명서로 인정키로한다. ④각종 숙박업소의 숙박일지에는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토록 한다. ⑤금융기관에서 예금을 인출할때도 주민등록증을 제시케 한다는 것등이다.
상기 활용법안은 확정된 것이 아니고 한낱 시안에 불과하다고 하나 정부가 주민등록증에 만능적인 효과를 부여하고 국민에게 필요이상의 불변을 강요하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상기방안중에는 종래 호적등본내지 초본을 제출케 하던 것을 주민등록증 대조만으로 족하게하여 사무를 간소화 해보려는 것도 약간있다. 이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필요가 없는 줄알지만, 관공서나 공공시설, 외국기관에 출입하는데 반드시 주민등륵증을 제시해야한다든지, 숙박업소의 숙박일지에 주민등록증 번호를 기입해야한다든지, 혹은 금융기관에서 예금을찾아내는데 주민등록증과 대조를 해야한다든지하는 따위의 방안은 그법적인 근거가 심히 모호할뿐더러 국민생활에 대해서 사회의 안녕과 질서유지의 필요가 요구하는 이상의 불편을훨씬 더많이 강요하게 된다는 점에 있어서 심히 부당하다 아니할 수 없다.
정부가 거액의 경비를써가면서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게된 소이는 호적사무를 정리하면서 간첩잠입을 막는데 항구적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것이지, 그 이외 무슨 다른목적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런 견지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더라도 그 상시 휴대를 법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는가에 관해서는 국회에서 논쟁이 벌어진 끝에 휴대 의무의 입법화를 그만두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입장에서 국민의 등록증 휴대가 아무리 바람직한 일이라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설득과 권장에 의해서 행해져야 하는 것이지. 국민이 등록증을 갖고다니지 않으면 공민으로서 생활하는데 심한 불변을 느끼게함으로씨 등록증 휴대를 강제해서는 안된다.
이처럼 사리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내무부가 「등록증활용방안」같은 것을 만들어 등록증을 안갖고 다니면 사회생활의 제반 영역에 있어서 국민으로서의 행세를 못하게 하고자 한다는 것은 경찰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국민에게 고통과 불변을 강요해도 좋다는 경찰국가적인 사고방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경찰의 편의를 위해 국민전체를 마치 범죄혐의자처럼 취급하려는 작풍이 얼마나 반민주적인 것이며, 또 우리 헌법정신을 얼마나 크게 유린하는 것인지를 심사숙고해 보라. 정부당국은 이 어리석은 방안을 신속히 자진해서 철회하도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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