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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신중해야 할 청소년 안보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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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지난 주초 고교생 69%가 ‘한국전쟁은 북침’이라고 답했다는 기사가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이를 토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교육 현장의 역사교육 잘못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의 질문에 포함된 ‘북침’이란 단어가 ‘북쪽을 침략한 것인지, 북쪽이 침략한 것인지’ 헷갈려 착오가 생겼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보도와 달리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실이 이달 1~21일 서울시교육청에 의뢰해 초·중학생 148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6·25 전쟁은 누가 일으켰나”라는 질문에 대해 86.8%가 ‘북한’이라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 조사에선 6·25 전쟁 발발 연도에 대해서도 물었다. ‘1950년’이란 정답이 70.9%, ‘1945년’ 혹은 ‘1948년’ 등의 오답이 29.1%였다. 그런데 안전행정부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6일까지 전국의 중·고교생 1000명에게 물었더니 52.7%가 발발 시기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초·중학생은 10명 중 3명가량이 오답이었는데, 전국의 중·고교생은 10명 중 5명가량이 오답을 말한 셈이다.

 잘못된 혹은 상반된 여론조사가 나온 데 대한 1차적 책임은 조사 의뢰자에게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여부를 둘러싸고 맞섰던 경상남도와 민주당 양측이 부실 조사로 여론전을 펼쳤듯이 말이다. 그러나 조사기관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 방법을 잘 모른 채 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도 비용을 대는 의뢰자의 주문에 은근히 맞춰 줬을 경우엔 부도덕한 행위다.

 ‘북침’이란 단어가 오해를 부를 소지에 대해선 해당 언론사와 조사기관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 결과를 대서특필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행위다. 질문 형태에 따라 전쟁 발발 연도 응답이 다를 수 있음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취급한 것도 문제다. ‘알고 있다/모르고 있다’ 중에서 선택할 경우, ‘1945년, 1948년, 1950년, 1953년’ 중에서 하나를 고를 경우, 보기 없이 주관식으로 응답하게 하는 경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조사 방법도 간과됐다.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화 면접이 타당한 방식일까. 오후 2~9시 전후에 실시하는 전화조사 관행상 그들 대부분은 학교나 학원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무작위로 선정된 학교에 협조를 요청하고 조사원이 방문해 집단 면접을 해야 보다 정확한 측정이다. ‘안보관’ 같은 민감한 여론조사는 다른 이슈보다 더욱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