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통」과 「근대」의 단층|한국예술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예술의 전통양식과 근대 양식의 단층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지난 8일부터 이틀동안 시내 「아카데미·하우스」에서 「크리스천 아카데미」주최로 열렸다. 문학, 미술, 음악, 무용의 4분야에서 모인 30여명의 예술인들은 각 분야에서 전통양식과 주로 서구에서 도입된 예술로 대표되는 근대 양식사이에 조화되지 않은 단층이 존재하느냐? 만약 존재한다면 이를 메울 수 있는 연결의 폭은 어느 정도며 이를 조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는 반향은 어느 쪽이냐는 질문을 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문학 분야의 주제발표를 맡은 정병욱 교수는 이 분야에서의 단층은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신소설이 도입되기 전인 이조 말에 이미 한국 소설은 서민적 언어와 소재 「플로트」 등 서구소설 양식의 속성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켰으며 시 부문에서도 고시조의 동장으로 시조가 갖는 엄격한 형식을 벗어났고 유교적 관념세계의 서술적 수사에 적합한 양식을 성숙시켰다고 예증했다. 따라서 이 형식을 근대시의 관념적 서술에 이용하면 신시와 전통시의 형식은 보완될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음악부문을 맡은 박용구씨도 전통양식과 근대양식사이에 단층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능히 메울 수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폈다.
박씨는 동양음악이 정신적 요소를 강조하는 특징을 갖고있는데 반하여 현대 서양음악은 정신적 바랑을 결여하고 합리주의의 막다른 골목에서 인간불신, 좌절감의 혼란 속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근대 음악은 동양음악의 정신적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현재의 한계점에서 톨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 전통음악이 갖고있는 독특한 음향을 양악에 도입함으로써 한계점에 다다른 양악의 음소재를 확대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의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나선 것이 미술분야의 이일씨 였다. 이씨는 현대예술이란 전통양식의 거부 및 이와의 단절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는 극단적 의견을 들고 나와 좌중을 놀라게 했다. 그는 「위기적 시대」로 볼 수 있는 현실에서 모색, 탐구, 실험하는 자세로 행해지는 현대 미술이 동양적 예술양식에서 합당한 표현양식을 구할 수는없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전통양식은 박물관에 진열할 가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