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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관의 사명|「미협」성명서에 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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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1월9일자 중앙일보 5면에 게재된「문화계의 새과제」(시리즈)라는 제하의 현대미술관창설안에 관한 기사중『미술관이 작품의 판매를 알선하려는 것은 지나친 생각이며 작품의질과 선정에 자칫하면 부실을 부대하기 쉽다』라는 필자의 발언에 대해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김인승씨는 1월13일자 동지1면 광고난에 성명서를 발표했다. 위의 현대미술관 창설안에관한 기사와 성명서에는 현대미술관 창설, 문학정책 및 미술가의 입장등에 대한 문제점이거론되고 있다.
현대미술관의 창설은 예술인들 은물론 모든 사람들이 고대하고 기쁘게 여길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만큼 문학발전의 동력이 되고 한나라의 혈맥을 짚어볼 수 있다는 현대미술관의 창설문제에 신중하고 면밀한 준비계획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1683년5월21일 영국의「옥스퍼드」대학에 창설된 미술관은 일반유료입장을 정식으로 시행함으로써 수장된 미술작품을 교육적 견지에서 공개했던 바이나 1차대전후까지도 모든 미술관들은 미술작품을 수장하는 창고로 존재하였으며 대중적이 아닌, 국한된 식자와 특수한 사회계부의 사람들만에 한한 특이한 성격의 장소였던 것이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역사적 가치성과 고고학, 인류학, 사회학, 과학 등의 연구, 분류라는점에서의 필요성을 미술관에서 찾게되었고 또한 고정된 축적과 수장의 성격을 벗어나 사회적 행사가 이루어지는 장소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즉 대중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시사성도 있으며 교육적인 작품전시를 가질수 있는 것이 오늘날의 미술관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미술관의 작품전시는 고정성을 벗어나 다양하고 체계적인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작가진출과 육성은 이러한 전시로써 가능하며 또한 이로써 작가의 사회참여가 이루어지는것이다. 특히 미국의 미술관은 시사적 사회현상을 가장 예민하게 과시하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급변하는 문명속에 휩쓸리고 있는 오늘의 사회인은 자신의 위치를 찾아보기 위하여미술관을 찾아오는 것이다.
따라서 미술관은 대중을 반길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야된다. 관객에게 부담감을 주지않는순수한 전시작품위주의 환경이 필요하며 과거와 현재의 위치를 일목요연하게 시사하여 주는전시작품을 선정하고 전시성격을 뚜렷이 하여주는 전문인이 우선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이다.
문공부에서 창설계획하고 있는 현대미술관은 이상과 같은 성격에서 논의되어야하며 작가는 전시되는 자신의 작품으로 인해 자기위치를 재발견하고 대중과의 호흡을 가능케 해야 할것이다. 미술가의 사회진출은 전시되는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시간과 공간상의 그들의 존재성을 밝혀주는데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술관은 작가와 대중간의 묵묵한 대화가 이루어지는광장일뿐, 작품매매를 알선하는 장소는 아닌 것이다. 작가의 사명은 바로 그시대 문명의 근본정신을 반영하는데 있으며 또한 그 중요성이 행정기관이나 미술애호가들에게 인식되어,미술진흥책이나 후원방안등의 시책이 강구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복궁 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현역작가 작품전은 문공부미술진흥책의 한예로 간주되며 상기한 성격의 미술관이 아닌 단순한 전시장으로서 활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는 여기서 본의의 미술관과 경복궁화랑, 예총화랑, 신세계화랑, 신문회관 화랑등의 단순한전시장과의 뚜렷한 성격의 차이를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작품매매알선과거래가 있을수도 있는 일이다. 작품매매가 창작활동을 북돋워줄 수 있는 여건이 될수있다면 그것에 행정기관이 참여할때는 마땅히 원시안적인 미술정책의 기본「플랜」을 시행하는한 방안으로 추진되어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일정때부터 또는 해방후 오늘까지의 우리현대미술사를 계통있게 알아볼 수 있고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들을 광범위하며 체계있게 매입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과거, 현재, 미래의 우리 미술에 빛을 주기위한 기본적 미술정책밑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어느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미술가들의 생활은 궁핍하였었다. 저명한 대가들이 미술애호가나 화상들에 의해서 빛을 보게될 때까지의 고생은 너무나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러나 작가의 끊임없는 노력과 고귀한 창작활동은 사회나 미술애호가화상들로 하여금 각종의 애호책을 만들게하는 기본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유명한「매그 미술재단」은 그 좋은 한 예가 될수 있겠다.
지난 세기와같이 미술이 특수한「직업」이며 미술가는 사회의 특수한 계층이라는 관념은오늘날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미술은 대중화되고 문화는 각개인의 일이며 행위가 되고있는 만큼 미술인은 한 사회구성요소로서 그 존재성을 가지며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미술인이나미술계의 실정이 다른 분야의 직업인에 비하여 이질적이거나 국한된 현상은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의식이나 정서가 메마르고 미술의 시대적 계통을 형성할만한 근거조차희박한 실정밑에서 미술인의 창작할동을 작품의 매매행위와 연결하여 보고있다는 사실은 미술인의 기본적 정신자세를 의심케하는 우리미술계의 앞날에 암영을 던져주는 불상사가 아닐수 없다.
작가의 보람은 발표를 통해 자신의 창작성을 과시하는데 있고 국가나 미술애호가·화상들은 바람직한 창작성을 발견하고 여러 가지방법으로 그 창작의욕을 조장하는데 그 역할이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화상은 작품의 거래만을 일삼지 않는다. 그들은 첫 목적을 한 작가의 창작성과능력을 발굴하여 내외로 널리 소개하고 육성하는데 두고있다.
화상의 생명은 작품을 감식하는 탁월한 안목에 있고 작가는 유명한 화상에 의하여 발탁되고 그의 작품이 소개됨으로써 미술애호가를 비롯한 일반대중에게 그의 존재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즉 이러한 인과관계 속에서 작품매매가 가능한 것이며 작가와 화상간의 1차적인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문공부는 발족한 지 얼마듸지 않은 오늘까지 여러모로 활발하고 효과적인 미술시책을 제시했으며 앞으로도 기대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좁은 미술계를 위한 시책이 아닌, 한국미술문화전반에 걸친 원시안적이고 대범한『과거의 우리 미술을 밝히며, 내일을 위한 오늘의 미술』이라는 기본계획밑에 다각적인 미술시책의 수립, 연구, 검토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현재 건축중이거나 계획중인 여러 정부청사 내부장치를 위한 계획성있는 미술작품의 구입, 수많은 교육기관내의 미술장식, 작품매매의 면세등, 미술진흥책도 있을수 있겠다.
또한 정부기관에 의한 공공전시장의 확장·개방으로 마련되는 빈번하고 다양한 전시회로작가의 창작활동을 촉진시켜주고 일반대중의 정서생활을 고양시킴으로써 미의 수요가 증대하여 자연발생적인 화상의 출현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서울대미대교수 임영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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