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지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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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얼마전이었다. 평소에 잘 들어가지 않는 며느리방에 들어갔다가 며느리가 읽다가 얌전히접어둔 여성잡지를 펼쳐봤다. 나 는대문짝만한 활자로『고부지간』이란 특집기사를 읽은 후나도 모르게 불쾌했다. 남들은 월세계여행이니 우주시대니하고 야단들인데 우리는 아직도시어머니와 며느리를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기야 세대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틀린데다가 이즈음의 여성들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보니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마음에 딱맞기란 힘이 들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에 달려있을 문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 허전함을 어쩔 수 없다. 철없던 내가 시집간 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며느리를 본지 반년이 되었다. 사실 내집 식구가 되어서가 아니라 며느리는 나의 마음을 만족하게할 정도로 모든 점을 갖춘 젊은 여성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곁을 떠나보내야할 귀여운 외아들과 외녀느리.
나는 좀더 인자하고 너그러운 시어머니로서 여자의 주어진 공동숙명을 함께 개척해나가야지- 하고 조용히 생각해본다. 사실 이렇게 마음을 달래며 다짐하는 그자체가 소위 시어머니의 소외감에서 인지는 모르지만….<장영희·49·주부·서울 마포구 신수동184의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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