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순시가 남긴 희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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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대통령의 연두순시가 끝난 뒤의 각 부처 표정은 가지각색.
예정 시간보다 시간을 오래 끈 농림부시찰이 있은 뒤 이계순 농림은 몹시 우울해 했는데 그 이유는 농수산자금지원계획설명을 들은 박대통령이『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으니 경제각의에 올려 확정짓도록 하라』고 따끔한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가하면 상공부시찰이 끝난뒤 김정렴 상공은『5억「달러」수출목표를 달성했다고 칭찬을 받았다』고 자랑-.
더우기 박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간 뒤『그동안 수고가 많았다』는 친필서한과 함께 금일봉을 김상공에게 보내 상공부는 자못 의기충천-.
○…70연도부터의 전면적인 한글전용에 앞서 금년1월1일부터 정부의 모든 문서를 한글로 만 쓰기로 한 정부방침 때문에 행정 각 부처는 요즈음 과도기적 진통을 겪고 있다. 작년12월23일 시달된 한글 전용에 관한 국무총리훈령에 따라 총무처는 정부공문서 양식의 한글화연구에 골몰하고 각 부처는 담당전문분야 용어의 한글화를 위해 매일 같이 관계관회의를 열랴, 한글학자의 자문을 구하랴 부산한 실정인데 특히 법제처는 작년에 국무회의의 의결을 받은 법령도 공포하지 않은채 한글화 재심의까지 하고있다.
그러나 법령의 한글화작업은 워낙 거창한 사업이기 때문에 이미 제정된 법령은 당분간 한문을 한글로 고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개헌이 헌법위반은 아닙니다』-. 김재순 공화당 대변인은 15일 신민당이 전국유세 등 단계적인 호헌 투쟁을 벌일 것을 검토하고 있는데 대해『개헌은 헌법을 지키면서 그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호헌운동이란 아무런 의의가 없는 일』이라고 논평. 김대변인은 개헌을 한다고 해서 헌법의 정지나 헌정의 차질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며 어떤 위기를 초래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부연. 신민당의 전국 유세에 대해 공화당은 이에 맞설 반격 유세는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데 오는 2월하순께 시작될 나주지구선거지원 유세에서 개헌문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면 간접적으로 개헌문제에 대한 공화당의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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