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 김치 적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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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장은 언제쯤하면 좋겠어요』-지난11월초 기온이 영하 7도로 내려갔을때 내책상의 전화「벨」은 쉴새없이 울렸다. 나는 시민에게 기상을 알리는 통보관이란 입장에서 친절히대답할 의무가있다. 5년동안의 평균기온표를 참고로 대조해가면서 『우선 당장 추워졌지만 기온은 다시 올라갈터이니 지금 서두르지말고 11월하순 후반에 들어서 김장을하는게 좋겠다』라고 대답했었다. 아침출근시간에 어쩌다 김장이 쌓인 골목을 지나가다가보면 무우·배추가 푸짐하게 팔려 나아가는 것이 마치 나의『친절한 안내』때문인것처럼 느껴져서 흐뭇한 마음을 가진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곧 밀어닥치는 날씨전화로로거의 「노이로제」지경까지 이르렀다.
추워질것으로 예상했던 11월하순에서 12월초순까지의 날씨는 차츰 기온이 거꾸로 올라가 버린것이다. 꽃도 피었다는 것이다. 「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아보면 주부의목소리. 『관상대지요. 날씨가 언제쯤 추워지겠어요』 나는 2∼3일동안은 평년보다 10도나높은 영상16도이상의 날씨가되겠고…하고 알리면 그다음은 반드시 『김장이 시어져 큰일났다』는 아름다운목소리의 비명이다. 날씨가 이같이 포근한것은 통보관인 나도 처음당하는 일이라 왜 따뜻하냐고 물어오면 대답이 궁해진다. 기상학적으로는 「시베리아」의 한냉성 고기압이 뻗쳐와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올해는 북위 40도까지 멀려왔다가는 약화되는바람에 날씨가 좀처럼 추워지지 않는것이다. 통계상으로 보먼 약20년전에도 한번 따뜻한겨울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상승한 기온이 장기간 계속유지된것은 처음인것같다. 『11월하순이면 김장철에 알맞을것 같다』고 예보했던 나는 지금 예상치 못했던 날씨의 이번에 김장이 시어진다는 주부의 비명이 마치 내 잘못인양 전화「벨」이울릴때마다 가슴이 뜨끔하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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