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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긴 곤충의 통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곤충이 먼곳에서도 어김없이 집을 찾게되는 귀소본능, 혼기의 암나방이2∼3킬로나 떨어진 곳의 수나방을 꾀는 유인력, 개미가 먹이를 발견하고 동료들의 지원대열을 안내하는 행위는 지각이 있어서가아니라 자연의 지시에 의한 본능때문이다.
지금까지 막연한 신비그대로의 본능으로만 여겨오던 이러한 곤충의 행위가 이제 화학자및 생화학자들에 의해서 하나씩 「베일」을 벗어가고있다. 특히 곤충 상호간의통신의 비밀을 밝힌 최근의 연구는 꽤흥미릅다.

<곤충학의 새분야>
그결과 곤충의 통신수단을 인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익충및 산업충을 효과적으로 이용할수도있고 해충을 박멸할수도있게됐다.그런데 곤충의본능연구에 생화학적인 「메스」가 뒤늦게 이제야 가해지게된것은지금까지곤충학자들이 한껏 신종을 분류하여 학명뒤에 자기이름이나 붙이고 생태나 조사하느라고 그러한것을 등한시해왔기 때문이다.
곤층은 통신수단에 어떤 물질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동족간에만 서로 통하는 하나의 신호역할을한다. 이 물질은 신호전달「호르몬」이란 뜻에서 희랍어의 「페레인」 (신호)과 「호르몬」을 합쳐서 「페르몬」이라고 부른다.

<휘발성있고 냄새>
휘발성이 있어서 공기중에 확산되어 독특한 냄새를 낸다. 이냄새가 곤충이 알에서부터 성충이되어 죽은뒤에까지 생활사전반에 걸쳐서 지배한다.
누에나방의 암놈의 몸에서 탄소17, 수소34, 산소3으로된 「본비콜」 이란물질을 추출하여 여과지에 한방울 떨어뜨려놓으면 암놈이 없는데도 수놈이 모여들어 교미의 자세를 취한다.「본비콜」은 암놈이 분비하는 성 「페르몬」 . 서독 「막스· 프랑크」 연구소의 「노벨」은 화학상수상자인 「아돌프· 부테난트」박사가 구조를 밝혀냈다.
이물질은 밤에 활동하는 나방류와 꿀벌, 개미, 진딧물등의 수백종의 곤층에서 볼수있다.
진딧물의 유충은 여러마리가 군집해서 큰 덩어리를 이루어산다.
이때 동류끼리 모이게하는 집합 「페르몬」을 항문에서 분비한다.
역시 여과지에 실험한 결과 진딧물이 모였는데 모여사는것이 하나 하나 떨어져 있는것보다 2할정도 성장이 빠르다.
개미가 먹이를 발견하면 집으로 돌아가서 여러마리의 일개미를 인솔해온다. 이 대열은 꼬불꼬불하되 반드시 먼저 개미가 지나간 그대로다.
개미가 돌아갈때 추적「페르몬」을 지면에 분비하면서 갔기때문. 여과지 실험결과 개미들은 반드시 「페르몬」 의 농도가 진한데서부터출발하여 엷은곳으로 따라갔다.
먹이를 계속 운반해야할 경우 먹이를 물고가면서 분비하나 먹이가 떨어지면 분비하지않는다. 추적 「페르몬」 은 1∼2분내에 증발해버려 그이상 개미가 나타나지 않는다.
개미굴 일부를 파괴하면 이것을 발견한 개미는 경보 「페르몬」 을 분비한다. 「2· 헵타논」, 「4· 메틸· 3헵타논」 등의 물질. 농도가 짙을수록 피해가 큰것을 의미한다.

<경보 페르몬 분비>
일개미떼들이 모여 수리하다가 불가능해지면 농도는 위험도를 넘어 모두 다른 곳으로 피해간다. 개미나 벌은 자기집에 외적이 침입하면 물거나 벌은 독침을 가한다. 공격과 동시에 방어「페르몬」 이 분비되어 외적의 표시는 분명해져 결국은 집단공격에 죽고만다. 침없는벌의 일종인「레몬」벌은 다른 침없는벌의 집을 공격하여 약탈하는것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레몬」 벌의 척후병이 다른 집을 발견하면 고의로 뛰어들어가 물려죽는다. 희생과 동시에 「레몬」 향과 비슷한「페르몬」을 입에서 내뿜는다. 이 냄새를 맡고 「레몬」 벌의 대집단이 쳐들어가 승리를 거둔다.
개미가 죽으면 반드시시체를 운반해다가 집근처에 버리는데 먼곳에서갖고오는수도있고 집안의것을 내다버리는 경우가있다. 이것은 개미가 죽으면 수십시간동안 계속사체 「페르몬」을 분비하기때문. 다시 집에 넣으면 몇번이고내다버린다. 해충의 하나인 독나방의성 「페르몬」 으로 수놈을 대량 유인해서 살충하는 실험에 성공한것을 계기로 해충박멸의 새로운길이 틔었다.

<김현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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