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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제2의 밀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재클린」 여사가 재혼을 했다고한다. 여사의 남편이던 「케네디」대통령이 비운의 최후를 마치던 때와는 좀 덜하다 하겠지만 꽤 떠들썩하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요, 젊고 또 아름다운여인인 탓으로 이런가보다.
여사의 재혼에 찬사를 보내는 인사들도 물론 있다. 찬사를 보내는 인사들이야말로 여사를 실로 아끼는 것이 아닐까. 화려한 무대의 막이 내려진 뒤에 오는 여사의 슬픔과 적막을 알아차린데서 나온 일일 것이다.

<존경받아도 여인일뿐>
비난의 소리도 들린다. 찬사보다 더 많다. 모든 언사들은, 여사가 어느 한남자에게 독점되는것이 싫다는 심술궂은, 혹은. 안타까운 심사의 발로 일것 같기도하다.
먼데 두고서라도 자유로이 부푼 감정을 지녀보자는 심정일것 같기더하다.,
혹은 「케네디」대통령에게 가졌던 향수 같은것을 아직 못잊어서 여사가 「케네디」가에 머물러있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저 짓궂은 마음에서 해보는 비난도 있긴 있을테지만.
종교를 들어가지고 비방하는 인사들이 또 있다. 「재클린」여사는 「가톨릭」교인데 「오나시스」는 딴 교파라고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신의 계율보다 인간의 계율을 더욱 받드는 사람들만의 입에서라야만 쉽게 나올수있는 말이 아닐까.
교파를 초월한 신이라야 신이라고 믿고 싶다. 신은 인간이 신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신은 인간이 인간이기를 바랄뿐, 그 이상의 것도 그이하의 것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거목이 하늘을 향해 늠름히 자라듯이, 신은 인간답게 성장해가는 인간을 곱게 받아들일 것이다.

<말많은 상대 선택>
전세계에 갑자기 알려진 「오나시스」라는 남자는 무엇으로 따져 보나 호감이 가지않는 인물이다. 나이가 많다. 돈이 많다. 돈이많다는데는 굳이 탈잡을것이 못되겠지만 많은 돈을 어떻게 쓰고있었는가에 눈길을 돌려야 하겠다.
그는 곳곳에 도박장을 꾸미고 호화로운 별장과 사치스런 「요트」를 마련했다는 이야기 외엔 아무것도 없다. 모두 돈을더 벌기위해서, 그것도 자기를 위해서 한것밖에 없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을 위해서 썼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다. 구두쇠에 가까운 인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 「오나시스」에게「재클린」여사는 그의 어디가 마음에 들었던지 궁금한 일이다.
돈에 끌린것도 아닐터이겠고 호화로운 생활에 매혹된것도 아닐 것 같다. 내 생각엔 「재클린」여사의 강렬한「모성애」가 움직인데서 그와의 결혼을 받아들인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케네디」대통령이 세상을 뜬 뒤에 그의 아기들을 아빠처럼 사랑해주는 남자는 아무도 없었을지 모르겠다. 여사와의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그의 아기들에 대한 관심은 고사하고 오히려 그들과의 거리를 멀리하려고하는 남자들뿐이었을지 모르겠다. 질투심 같은 것, 증오심같은것을 그남자들은 가지고있었을지 모르겠다.

<자녀사랑할 아빠찾아>
여사는 이것만은 못견딜 일이었다. 자기에게 있어서 형벌과 같은 것이었다. 여사는 사랑하는 사람의 아기들을 미워하게 되는 인간의 얄궂은 심계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오나시스」는 좀 다를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으면 인간은 질투심 같은 것, 증오심 같은것도 다른것과 함께 고갈되어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퉁같이 「오나시스」를 덥석 받아들였는지 모른겠다.
여사와 두아기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랄뿐이며, 그리고 이왕이면 「오나시스」와의 재출발에서도 새로운 애정의 세계를 발견하라는 말을 남기고싶다.
결혼은 두사람의 품격을 끌어올린다는 말도 남기고싶다. <최정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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