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주주들 참 몹쓸 짓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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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에 산업은행이 4천억원을 지원한 사실을 당시엔 전혀 몰랐다. 알았다면 현대그룹을 살리려고 당시 그렇게 정신없이 뛰어다니지 않았을 것이다."이연수(사진) 안진회계법인 부회장(당시 외환은행 부행장)은 최근 현대그룹의 대북 지원설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낼 때마다 "가슴이 덜컥 가라앉는다"고 했다.

-2000년 현대그룹 처리를 놓고 당시엔 최선이라고 했지 않았나.

"지금은 좀 허탈하다. 사실 항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현대의 자금난은 현대상선에서 시작했다. 2000년 3월 말께다. 당시 주 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5백억원, 산업은행이 1천억원을 지원해줬다. 은행에서 지원한 돈은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

-채권단에서 지원한 돈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얘긴가.

"그럴 개연성을 얘기한 것뿐이다. 4천억원도 아니라고 믿었는데, 일부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나. 2000년 5월께 현대건설 1억5천만달러나 하이닉스 1억달러 지원설도 그럴 수 있겠다는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하이닉스는 1억달러를 대북지원 의혹 다음해인 2001년 회계보고서에 손실로 처리했다. 돈이 증발한 것을 그때 왜 추궁하지 않았나.

"당시 박종섭 사장은 취임 직후라 '모르겠다'고 했다. 담당했던 당시 현대전자 임원은 이미 그만둔 상태였다. 회계장부상에는 부실을 턴 것으로 돼 있어 더 추궁하지 않았다. "

-현대보다 현대를 잘 안다던 채권단이 왜 그렇게 돈 흐름을 허술하게 처리했나.

"그렇게 큰 회사들은 돈을 장부에 기록 안하면 아무도 모른다. 그 점에서 현대 대주주가 참 몹쓸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놓고는 쪼들린다고 채권단에만 계속 손을 벌렸다. 이런 건 도덕적으로도 큰 문제 아닌가."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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