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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에서 알프스를 느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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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전통 목조 가옥풍으로 새단장한 분천역. 스위스 기차역의 상징인 몬다인 시계가 설치돼 있다.

지난달 23일 경북 봉화군의 산골 간이역 분천역. 깊은 산에 둘러싸인 작은 간이역에 경쾌한 요들이 울려 퍼졌다. 분천역에 ‘Zermatt(체르마트)’라는 새 이름이 생긴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분천역은 이날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했다. 코레일·스위스정부관광청·레일유럽이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분천역과 체르마트역을 양국을 대표하는 기차역으로 선정하고 자매결연을 한 것이다. 이날 행사엔 요르그 알로이스 레딩 주한 스위스대사, 정창영 코레일 사장 등이 참석했고 요들공연 등 기념행사가 이어졌다. 분천역 외부에 설치된 스위스 전통 가옥풍의 목조벽 앞은 추억을 담아가려는 사람으로 북적댔다.

체르마트역은 스위스의 손꼽히는 관광명소다. 자동차로는 못 들어가고 시속 30㎞의 빙하특급 열차로만 드나들 수 있는 천혜의 청정구역이다. 마터호른(해발 4478m)과 알프스의 대자연이 대장관을 이뤄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이날 짝이 된 대한민국의 분천역도 만만치 않다. 분천역은 낙동정맥 협곡을 누비는 관광열차 V-트레인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으로, 중부내륙순환열차 O-트레인과도 연결된다. 기차역을 둘러싸고 높은 산이 많아 자동차로 진입하기 어렵지만 기차를 타면 협곡의 멋을 만끽할 수 있다. 기차에서 내리면 낙동강가를 따라 걷는 하이킹 코스가 펼쳐진다.

분천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방문객이 20명에 불과한 오지 간이역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V-트레인이 개발된 뒤로 하루 400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 이제 스위스 체르마트와의 만남으로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이부균(47) 분천역장은 “이번 자매결연으로 분천역이 백두대간을 넘어 세계적인 관광 거점으로까지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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