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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로 가는 정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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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젊음의 정화이기에 국력의 상징이라 했다.
조국과 겨레의 염원이 너무나 간절했기에 집념으로 한데 뭉쳐야 했다.
정예55명.
눈보라 비바람에도 쉬지 않고 기를 기르고 얼을 닦기 130여일(강화훈련).
이제 금「메달」에의 숙망을 간직한 채 이들은 「멕시코」로 떠난다.
백열아홉 나라 7천2백26명의 선수들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힘과 기를 겨루는 마당에 우리의 아들딸을 보내는 국민의 눈길은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 염려와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1948년 우리들의 손으로 나라를 새워 대한민국이라 부르면서 우리의「올림픽」사는 첫장을 폈다.
바로 이해 태극기를 앞세운 50명의 선수들이「런던」에서 열렸던 제14회「올림픽」대회에 처녀출전, 올해로써 만 20년을 맞는다. 우리의「올림픽」사도 성년이 된 것이다.
「런던」대회 이후 한국은「헬싱키」·「멜버른」·「로마」·동경 등 다섯 차례「올림픽」대회에 줄곧 선수단을 보냈지만 성과는 은3, 동6에 머물렀을 뿐 아직 금「메달」하나 없는「무관」의 울분을 안고 있다.
『「올림픽」은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근대「올림픽」창시자「쿠베르탱」남작의 말은 옛말, 이제는 약소 국가의 궁색한「액세서리」일뿐. 국민의 긍지는 승리만을 요구한다.

<참가의 의의는「승리」에>
선전한 패자가 받는 동정의 박수는 승리자에의 우렁찬 박수 앞에는 초라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승리하는데 의의가 있다』-현대의 좌우명은 어느새 너무나 뚜렷하게 도금되어 어느 누구도 국가와 개인의 명예 앞에 불퇴진의 승부사가 안될 수 없다. 우리의「호프」는 체급경기의 몇몇 선수들-「레슬링」의 오정룡,「복싱」의 김성은은 금「메달」의「파이어니어」로 지목되어 마음의 중하가 큰 듯.
과욕을 기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국민들의 심경일뿐 승과 패의 전장은 너무나 냉엄한 것이기에 오직 승운과 선전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근대「올림픽」의 역사는 1896년「아테네」대회를 효시로 삼지만 이 대회가 그 정신을 계승한 고대「올림피아드」의 기원은 멀리 서기전 7백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문헌상 기록된 것만).
희랍인들이「제우스」신에의 제사를 주목적으로 했지만 전화에 시달린 희랍 제부족들의 평화에의 갈망을 대회 기간 중 휴전으로 이룩한 이 대회는 그런 연유로 젊음과 평화의 제전으로 불렀다. 매4년마다 거행되어 2백93회를 거듭한 고대「올림픽」대회는 희랍 전토가「로마」제국의 통치에 굴복한 후 동「로마」황제「테오도시우스」1세에 의해 서기 3백94년에 폐지되고 말았다.
근대「올림픽」대회는 1896년 불란서 사학자「피에르·쿠베르탱」남작의 제창으로 유서 깊은「올림픽」의 발상지「아테네」에서 제1회 대회를 열음으로써 부활되었다.
「아테네」대회 때부터「올림픽」엔 숱한 화제를 남겼다. 고대문명의 영화를 간직한 희랍인들은 부활된 제1회「올림피아드」가「아테네」서 열리게 된 것에 감격한 나머지 연일「스타디움」에 운집,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희랍 황제와 황후는 전왕실 가족을 이끌고「로열·복스」에서 경기를 친람했지만 희랍 선수들의 성적이 형편없어 우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다가「마라톤」경기에서 희랍의 목동「루이스」가 1위로「스탠드」에 들어서자 수만의 희랍 국민들이 감격, 총 기립하여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이때 희랍 황태자가「로열·복스」를 뛰어내려「루이스」에게로 달려가 손을 흔들면서 격려, 땀에 젖은「루이스」와 함께 4백미터「트랙」을 1주, 다른 왕자들도 모두 합세하여「트랙」을 한바퀴 돌자 장내는 눈물과 환성에 얽혀 흥분의 도가니를 이루었다.

<시설투자 8천5백만불>
「멕시코」는 해발2천2백40미터의 고지.「스포츠」과학자들이 과격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의 인체에 대한 영향 문제로 논란을 벌였다.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답사하고 실험하여 이제 『별 영향은 없을 듯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한국선수들처럼 고지순화가 안된 선수들에의 육체적 심리적 영향은 가볍지 않을 것이다.
10만명을 수용하는「메인·스타디움」, 역시 10만명이 들어가는「아스테크」축구경기장 등 8천5백만「달러」가 투입된 시설은 화려했던 동경「올림픽」대회를 능가하고 29동의 선수촌과 교통·건강관리 문제도 빈틈없는 계획아래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개회 한 달을 앞두고 이미 각 국 선수들이 고지순화를 위해 현지로 몰려들고있다. 사상최대의「무드」속에 최초의 금「메달」에 다시 도전하는 우리선수단 (선수55명·임원21명)의 장도를 비는 국민의 소망 다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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