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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캠프 데이비드와 서니랜즈

중앙일보

입력

중국 국가주석의 휴양지가 베이징에서 멀지 않은 베이다허(北戴河)에 있다면 미국 대통령의 휴양지는 워싱톤 DC에서 멀지 않은 캠프 데이비드에 있다. 미국 동부에는 아팔라치아 산맥이 남북으로 뻗어 있는데 캠프 데이비드는 북쪽 끝에 가까운 카톡틴 산속이다. 카톡틴은 인디안 말로 사슴이 많이 노니는 곳이라는 의미로 숲이 제대로 우거진 곳이다. 1930년대 미국 연방정부가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연방공무원들의 가족을 위한 휴양지로 개발한 곳이다.

194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숲이 마음에 들어 대통령의 휴양지로 정하고 해군으로 하여금 관리하게 한다. 그는 이곳의 경치가 선경(仙景)처럼 좋아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톤의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상그리라를 연상, 이름을 상그리라로 부르도록 하였다. 중국을 좋아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중국의 끝자락 어딘가에 이상향(理想鄕) 상그리라가 있다고 믿었는지 모른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상그리라에서 처칠 영국 수상과 대전 후의 세계 질서를 구상하였다고 한다.

그 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당시 냉전 상황에서 상그리라 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캠프 데이비드로 바꾸었다. 자신의 귀여운 손자 데이비드의 이름을 딴 것으로 데이비드가 12살이던 1953년도였다. 데이비드 아이젠하워는 당시 부통령이었지만 후에 대통령이 된 닉슨의 딸 줄리와 결혼함에 따라 대통령의 손자이면서 대통령의 사위가 된 인물이다.

미국에는 대통령 휴양지로 캠프 데이비드 이외에 서니랜즈가 있다. 캠프 데이비드는 여름 한 철 숲속의 시원함이 있지만 서니랜즈는 추운 겨울 피한(避寒)을 위한 곳이다. 미국의 남서부 선(sun) 벨트에 있는 캘리포니아 랜초 미라지의 서니랜즈는 겨울 한철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그러난 이곳은 캠프 데이비드처럼 정부 건물이 들어 선 국유지가 아니고 완전한 사유지이다.

1885년 미국으로 가는 이민선에 유럽의 프러시아에서 아버지를 찾아가는 15살의 소년이 타고 있었다. 모스 아넨버그 라는 유대인이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카고의 이민가정에서 인쇄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탈세로 감옥에도 드나드는 등 파란의 인생을 살았다. 1942년 그가 죽자 아들 월트는 아버지가 남긴 인쇄업을 기반으로 많은 미디어 매체를 흡수 세계 최대의 미디어 황제로 군림하였다. 1960년대 중반에 허리우드 배우들과 친근한 관계였던 월트는 미국 서부의 휴양지 팜 스프링에서 멀지 않은 사막 한복판에 24만평을 확보하여 환상의 겨울 휴양지 서니랜즈를 만들었다.

월트 아넨버그는 미국 동부의 매서운 겨울을 피해 대통령등 저명인사를 초청하는 등 서니랜즈를 사교행사의 장으로 사용하였다. 월트는 아버지의 불미스러운 행동을 사죄하듯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자산사업가로도 명성을 얻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닉슨 대통령 정부시절 주영 미국대사로 임명되기도 하였다.

서니랜즈가 갑자기 유명하게 된 것은 중미와 카리브 제국을 순방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의 국가 주석이 귀로에 6월7일-8일 양일간 이곳을 방문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카이후(海部俊樹) 일본수상 다음으로 아시아인으로서는 이곳에 머무는 두 번째 정상이 된다.

새로운 미중관계를 모색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의 장소로서 서니랜즈를 특별히 선택하였다. 이곳의 휴양지 분위기대로 두 정상은 부인과 함께 가족 모임처럼 청바지에 티 서츠 차림으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것이다. OX(오바마- 시진핑)정상회담이 많은 성과를 거두게 되기를 바라는 세계인의 관심이 벌써부터 서니랜즈에 집중되고 있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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