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아프리카 51개국 맨투맨 구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다음 정상 들어오세요.” 일본 요코하마에서 3일 폐막한 제5차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 일본 정부가 5년에 한 번 아프리카 정상들을 일제히 초청해 벌이는 ‘아프리카 우군 확보 외교’의 장이다. 아프리카 54개국 중 무려 51개국이 참가했다. 이 중 39개국에선 대통령 등 정상이 직접 참가했고, 나머지 12개국은 부총리·외상이 참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사흘 동안 아프리카연합(AU) 등 국제기구를 포함, 47건의 개별회담을 15분 간격으로 펼쳤다. 각 면담 때마다 아베는 ‘현지 투자 확대’ ‘인프라 정비 지원’ 등의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3일 폐막식에서 아베는 “21세기 중반에 걸쳐 아프리카는 틀림없이 성장의 중심이 된다. 뻗어가는 아프리카에 투자할 때는 바로 지금”이라는 내용의 ‘요코하마 선언’을 발표했다. “조만간 반드시 아프리카 땅을 밟겠다”는 약속도 했다. 일본 총리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를 방문한 것은 최근 7년간 없다.

 아베 총리가 이 같은 강행군을 펼친 까닭은 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 내의 영향력 면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중국-아프리카의 2011년 무역 총액은 전년 동기 31%가 늘어난 약 1662억 달러. 일본의 5배에 달한다. 아프리카 진출기업 수도 중국이 2000곳이 넘는 데 비해 일본은 300여 곳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에 사는 중국인 수만 해도 100만 명이다.

 이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이번 TICAD에서 ▶향후 5년간 1조4000억 엔(약 15조7000억원)의 정부개발원조(ODA)를 포함한 최대 3조2000억 엔(약 36조원)의 자금을 관민 합동으로 갹출, ▶교통·전력 등 아프리카 국가의 인프라 정비에 6500억 엔(약 7조3000억원)의 엔 차관을 제공하고 ▶현지 일본기업에 근무하는 아프리카 근로자 3만 명을 육성하며 ▶현지 일본계 기업의 아프리카 근로자 채용규모를 현재 20만 명에서 5년 후 40만 명으로 증대하는 등의 ‘당근’을 내놨다.

 지난 3월 중국이 제안한 ‘향후 3년간 200억 달러(약 2조 엔) 원조’에 비하면 다소 적은 액수다. 일 정부는 “액수로는 중국에 당할 수 없지만 중국처럼 노골적 자원외교가 아닌 고용증대·산업육성 등을 통한 ‘일본식 동반외교’를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일본은 유엔 가맹국의 약 3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국가와의 연대를 통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회의 마지막 날인 3일에는 은코사자나 들라미니 주마 AU 집행위원장,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등 아프리카 10개국 정상들과 유엔 안보리 개혁에 관련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일본과 아프리카가 안보리 이사국 확대 문제를 놓고 정상회담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