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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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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코카콜라」가 상륙하고 일본술「산토리」에대한 말썽이 한창일때 서울에는「이태리」요리집이 문을열고 손님을 끌었다. 「징기스칸」요리니, 사천요리니하며 아직도 대부분의 서민들에겐 낯선 요리간판이 얼마전부터 눈을끌기도했다. 그런가하면 해방직후 6·25동란을 거치면서 서울에서는 평안도·함경도지방고유의 음식이 선을 보였고 특히 6·25를 겪으면서 서울등 각지방민의 뒤범벅은 음식에까지 나타나 서울사람의 식성이 경상도 음식에도 적응하고 경상도 특유의 짜고 매운 음식을 서울사람도 먹게되는등 식생활 관습의 교류가 전례를 찾아볼수 없을만큼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미국등 참전16개국의 서양식생활관습에 눈뜬것도 그때. 한때 난민구호용으로 배급되기까지했던「C·레이션」속의「코피」를 맛보지않은 사람이 없을정도였다.
이같은 변화는 해방직후 생활필수품 품귀에따른 비참한 식생활에비하면 너무도엄청난 것이었다.
특히 6·25를 겪고, 전후 복구작업이 시작되면서 영양가위주의 간소화, 「스피드」요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요리강습소학원이 비온뒤 죽순처럼 늘어난것도 그즈음이었다. 이곳에서 밀가루음식 또는 혼식에대한 갖가지 요리가 가정요리를 벗어나 손님위주의 것으로 변질하기도 했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이러한「붐」이 외면당한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고유한 식생활관습은 개선됐다고 볼수없을 정도이다. 5·16후 식당마다 혼식장려의 표어가 나붙고 지키지 않는 업소는 영업정지처분을 받는등 사실상 유례없는 식생활에대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또 극히 최근에 들어선 6·25이후부터 대중화된 불고기 시비가있기는했다.
경제생활의 안정과 농업인구의 증가는 여자의 적극적인 사회진출과함께 식생활의 간소화,가정생활의 합리화요청은「인스턴트」식품의 등장을 재촉한셈이었다.
그 대표적인것이 라면류. 일본서 쌀의 대용식으로 개발하여 기업화된 상품으로 내놓은것이 1959년. 우리나라에선 지난63년 처음으로 생산하게된것이 수요의급증을 나타내고 있다.
라면등「인스턴트」식품화시대가등장하는 한편에 도시에서 눈에뜨이게 많아진것이 경양식집.
영양학자 이순애씨는 경양식의「붐」은 소비성향의 증대와 유학생의 귀국, 자라나는 새세대가 자극성있는것을 피하는데서 비롯된것으로 보고있다.
주식의 변화와는 달리 제과·청량음료·주류등 식품의 변천과정은 놀라울정도의 변모로 집약되고있다.
6·25때 미군병사와 함께 흘러들어온「껌」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생산된것은 재일교포 재산반입으로 들어온「롯데」에서였다. 양식수요가 급상승「커브」를 그린것이 자유당 말기에서 5·16전후가「피크」-. 그뒤에도 그정도의선을 지키고 있다는 업자들의말이고 보면 한과등 고유한 과자들의 쇠퇴경향은 좀섭섭할 정도.
청량음료의 경우, 올들어 새로운 충격을 주며 등장한「코카콜라」는 지난58년 국내생산이 시작된「콜라」제조업자들에게 새로운 대체상품의 개발을 강요하는셈이 되었다.
한편 주류는 당밀로만들던 소주가 정부방침에따라 고구마주정으로 바뀐것등은 생산과정까지도 크게변한것을 말해주고있다. 65년께부터 포도주수요가 늘어난것도 무시할수없는 실례이다.
1945년12월 개업한「서울식품」상점의경우, 1백여종에서 시작한것이 현재1천여종으로 취급식품이 늘어났다. 그중 통조림식품류만도 2백여종. 서울제관에서는 9·28수복직후 꽁치통조림이 군납되면서 통조림식품이 차츰많아졌음을 밝혔다. 특히 요즘와선 주월국군에게 보내지는「C· 레이션」이 국내생산품으로 바뀌고, 김치통조림등 많은종류의 재래식품이 제조과정등에서 건국당시와는 비교할수없을 정도의 발전을 보여주고있다.
특히 햄·소시지·베이컨·인조버터·유산균음식·통조림·병조림등 식품제조업자는 식품위생관리인을 두도록 강제되어있기도 하다. 숫적으로 늘어나고 개발된 식품은 통조림식품에서 온상재배에까지걸쳐 계절을 뛰어넘게 되었다.
영양식품관계 전문가들은 식품가공이 앞으로 더욱 많아질것으로 내다보고 활동적인 생활속에서 식생활 개선문제와 함께 꾸준히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들 식생활은 전통적인 가정요리를 벗어나고 있음도 지적되고 있다. 황혜성교수는 현대에 와선『각가정의 어머니의 음식솜씨가 결코 자랑이 못되는것으로 바뀌고, 음식에 담겨긴 어머니의 정성을 찾아볼수가 없어져간다』고 우려했다. 국군파월과 함께 본격적인 식품가공공장이 생겨나고「붐」을 타고있다.
이와함께 집단급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우선 학교급식으로 앞으로 닥쳐올 식생활 혁명의 기틀이될 어린이들의 식성을 바꾸자는 움직임은 곧실천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우리들에게 가장시급한 식생활개선문제는 음식의 낭비를막고 대중화를 위한「메뉴」의체계화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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