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만료 … 41년간 미국이 '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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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3월 19일 발효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내년 3월 말에 만료된다. 발효 후 41년 만이다. 지난 시절 양국의 원자력 관계를 규정해온 이 협정문에서 미국은 갑(甲)의 지위였다. 반면 한국은 재처리 등의 권한이 제한된 을(乙)의 입장에 머물러 왔다. 협정은 한국에 원자력발전소가 한 기도 가동되지 않을 때 체결된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 23기의 원전을 보유한 세계 5위 원전 강국이다. 이젠 달라진 상황을 새 협정문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우리 측 요구다.

 그러나 ‘핵 없는 세계’를 내세워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핵 비확산에 대한 태도는 분명하다. 한국에만 핵 비확산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정부 들어 벌어진 각종 협상에서도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 4월 초와 중순에 잇따라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 그 중간 워싱턴에서 협정 개정을 위해 열린 6차 한·미 수석 대표 접촉에서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기존 원자력 협정의 시한을 일단 2년 연장하고 6월부터 3개월마다 한 번씩 만나 협상을 진행한다는 일정 합의만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원전 연료(저농축우라늄)의 안정적 공급 ▶사용후 핵연료의 효과적 관리(사실상 재처리) ▶원전 수출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방향으로 협정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이 문제를 의제로 먼저 꺼냈다.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때도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3∼4일 서울에서 열리는 7차 개정 협상은 그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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