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서서가는 좌석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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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높은 자리에 앉은 분들이 외치는 「근대화」라는 단어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데에도 「합리화」라는것이 한자리 차지하고있다고 들었다. 그분들은 무엇을 어떻게 합리화해서 우리를 근대화한 사회에 살게해 주러는가.
매일 아침저녁 되풀이하는 일이지만 미끈한 승용차는 바랄수도없는 소시민이기에 「좌석」인가 「급행」인가하는 「옴니·버스」를 탄다. 정원이 넘은것같아 도로 내리려니까 차장이 서서가려면 좋다고했다. 휘경동에서 청계천2가에서 내려설때까지 밀리고밟혀 다리가 뻣뻣했다. 나는줄곧서왔기 때문에 서슴지않고 10원을 주었더니 차장아가씨가 표독스럽게 핀잔을 한다.
매우 불합리한것같아 망설이다가 20원을 지불했지만 생각할수록 유쾌하지못하다. 조그마한일이지만 여기에도 오랜 관습에 젖어 점잖은척만하려들고 불합리한것을 하나하나 없이하려는 당사자들의 노력이 보이지않는다.
불합리한게 너무도 버젓이 대로위를 횡행하고있다. 사실이지 10원짜리 보통「버스」는 가난하고 피곤한 서민생활의 흐뭇함을만끽케해주곤한다. 밀리고 밟히면서도 서로가 다투어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여 앉히려하고 무겁지도 않은짐까지 무릎위에 얹어주려는 그 따스한 인정들은 괴이한소리로 남의나라말을 외치듯하는 차장아가씨들의 횡포속에서도미소짓게한다.
20원짜리 차에서는 이러한 아끼고싶은 시민생활의 조그마한 미덕조차 자취를감춘다.
서서가는 좌석「버스」는 15원이든 16원이든 근거있는 결론이 당연히있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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