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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학생 칼럼

대학 학과 통폐합, 정부가 브레이크 걸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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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은하
한남대 경제학과 4학년

개그맨 임혁필은 최근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회화과를 폐과시키겠다는 모교 청주대를 비판했다. 순수미술에 속하는 회화과를 취업률 미달이라는 이유로 폐과시키겠다는 대학 결정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자신의 모교를 비판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행동한 이유는 그렇게 해서라도 회화과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다. 강하게 글을 쓴 것 같지만 행간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학과 통폐합을 단행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몇몇 대학에선 학과 통폐합으로 대학 구성원들이 동요하거나 반발하는 등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그런 대학의 결정, 과연 옳은 일일까.

 나는 이 소식을 듣고 만에 하나 ‘내가 다전공하고 있는 문창과(문예창작과)가 그 대상이 된다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안타깝다기보다 위기감을 더 느꼈다. 역시 얼마 안 돼 우리 학교도 독문과와 철학과를 폐과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행스럽게도(?) 문창과는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런 학교의 결정은 대학의 위신과 학생의 사기 모두를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다. 비극적인 사실은 아무리 안타까워해도 이러한 추세는 대한민국 모든 대학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학교가 주장하는 학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결책이 학과 통폐합이라는 물리적인 방법밖에 없었을까. 아마 학교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유는 2011년 시작된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부실대학)에 선정되지 않아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 더 나아가서는 여기에 들지 않기 위해선 평가지표 중 비중이 큰 취업률 등에서 높은 성과를 내야 하며, 이를 위해 학과 서열화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청년실업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대학을 줄 세웠고, 수익(취업률)을 내게끔 유도했다. 그러다 보니 학문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대학은 계속 벼랑 끝으로 몰려 학과 통폐합이라는, 자기 몸에 스스로 칼질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제 취업률을 가지고 부실대학 평가를 하는 방식에 대해 돌이켜봐야 한다. 단순한 취업률 수치보다 고용의 질적인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직업군을 키워야 할 때 아닐까. 그런 고용의 질적인 면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마음껏 수학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대학이 오히려 대학생들에겐 더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야지만 대학과 학생 그리고 국가까지 상생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대학의 학과 통폐합에 정부가 직접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대학을 계속 토끼 몰이하듯 한다면 분명 돌이킬 수 없는 미래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은하 한남대 경제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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