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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개척할 21세기 바이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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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창조경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의 체질 개선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어떤 OS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삼성 모바일 기기 간에 콘텐트를 공유하는 서비스인 ‘올쉐어(Allshare)’를 선보였다. 사진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3’에서 삼성전자 직원들이 올쉐어 서비스를 시연하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창조경제는 핵심 자산인 인재육성에서 출발한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창조경제에 걸맞은 경영전략을 도입하는 데 열성이다.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을 모방하고 쫓아가는 추격형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할뿐더러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키워드와도 맞지 않다. 모방의 대상이 되는 기업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만큼 추격에 성공한 것이다. 기업들은 각자 자신들의 핵심역량을 발판 삼아 글로벌 무대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전략을 도입하는 데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전략을 수행할 인재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그룹이 추진 중인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는 융합형 인재를 선발·육성하려는 실험적 시도다. 인문계 인력을 소프트웨어(SW) 인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삼성의 접근은 전공과 영역에 묶여 있는 사고의 틀을 넘어서 통섭형 인재가 펼쳐낼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스펙’ 중심의 채용방식이 아닌 열정과 전문성을 인재채용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삼성식 ‘열린 채용’은 창조경제 시대 신인재 확보의 새로운 모델이다.

현대자동차는 그룹의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선행 연구개발(R&D)의 메카로 불리는 경기도 의왕종합연구소 규모를 지금보다 2배 이상 키우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엔 현재 1000명인 연구 인력도 1500여 명으로 늘린다. 24일부터는 R&D 부문 위주로 경력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지원자의 정보가 모두 가려진 상태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소개하는 ‘5분 자기 PR’을 온라인까지 확대해 숨어있는 재능을 발견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SK도 ‘창조적 파괴’의 정신이 투철한 창조적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바이킹형’ 인재 채용의 폭을 넓히기로 했으며, LG도 창조적인 R&D 인력 육성을 위해 성과 보상체계를 강화하기로 방침을 확정하고 구체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최근 “세게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들겠다”며 ‘GWP(Great Work Place)’ 선포식을 한 효성그룹처럼 창조적 인재를 육성하고 보유하기 위해 기업 문화를 뜯어고치는 기업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인재확보와 함께 창조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을 견인하기 위한 신사업 진출과 설비투자도 활발하다. 삼성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스마트폰에 ‘멀티 운영체제(OS)와 다품종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협업을 강화하면서 한편으론 자체 OS인 ‘타이젠’과 다른 업체들이 새로 개발하는 OS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다양하게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상반기부터 성능이 대폭 개선된 준중형급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도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2015년 이후 본격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올 3월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울산 공장 내 전용공장에서 투싼ix 수소 연료전지차를 양산했다.

포스코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10년간 영업이익률은 세계 5대 철강사보다 5%포인트 높다. 최근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중장기적 플랜을 마련해 놓았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등 융·복합 에너지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005년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팩을 개발한 이후 지난해 9월부터 충남 서산에 전기차 1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이다.

GS칼텍스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고도화설비 투자에 앞장서 석유제품 수출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총 5조원을 고도화설비에 투입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액의 66.6%인 31조877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올 3월 제4고도화시설인 하루 5만3000배럴 처리 규모 VGOFCC시설(감압가스오일 유동상 촉매 분해시설)을 착공한 지 24개월 만에 100% 상업가동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든든하게 경제를 받치고 있는 반면 창조경제를 이끌 중소벤처기업의 선전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최순홍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은 최근 창조경제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과거 모방·응용을 통한 추격형에서 창의성에 기반한 선도형 성장모델로, 양과 하드웨어 중심에서 앞으로는 질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대기업 중심에서 앞으로 벤처·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협업하는 경제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 10곳중 1곳 정도만 글로벌 ‘히든챔피언(독일·일본의 글로벌 부품·소재 기업과 유사한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다.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이 중요한 국가정책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100점 만점에 아직 50점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영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강소기업으로서 성공요인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을 선택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지원 내용도 강소기업 성공요인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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