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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학 60년|한국문인협회 심포지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신문학이 비롯 된지 60년. 우리 문학은 지금 지나온 과정을 돌이켜보고 내일을 위해 당면한 허다한 과제를 안은 중요한 시점에서 있다.
한국문인 협회에서는 29일 하오 2시부터 신문회관 강당에서 신문학 60년을 정리하는 「심포지엄」 을 가졌다. 소설·비평 각분야에서 백철 김동리 박목월 김우종씨가 주제를 발표했는데 다음은 그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백철씨는 「근대문학 성립기와 외국문학의 영향」 이라는 주제로 신문학 초창기에 우리의 시와 소설에 영향을 끼친 작품과 이론이 수입된 과장을 고찰하고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현대문학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하고 이상적인 혼혈 (교류) 여부에 따라 성장, 발전과정이 결정된다고 말하고있다..
시의 경우를 보면 1918년 전후 「태서문예신보」 의 발간과 함께 외국문학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번역이 시작되었다. 김안서의 많은 번역시와 최초의 번역시집 「번뇌의 무답」 는 영·불의 상징과 시인들을 소개했고 특히 「베르레르」 의 「작시법」은 「텍스트」 구실을 했다. 이를 뒤따라 상징주의 시인을 자처하는 후진들이 배출된 것은 외국문학 영향을 받아 생장한 첫 「케이스」 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에서는 외국 문학의 영향이 이처럼 비교적 알기 쉽게 드러나지만 소설에서는 초창기에 득세한 자연주의의 수입과정이 애매하다는 것. 우선 번역을 위한 어학적인 조건의 결여와 이미 일차의 번역단계를 거친 일본의 것을 중역하는 것은 무의미했다는 사실. 결국 일단 「텍스트」 (서구)와 혼혈이 된 일본 문학의 영향 밑에서 쓰여진 우리 자연주의 문학은 그 본질적인 이론과는 많은 거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동리씨의 주제는 「소설문학 60년의 문제점」으로 소설양식의 한국적 풍토에의 적응성문제를 중심으로 다룬 내용. 씨는 『소설이란 근대문학의 새로운 양식은「유럽」을 무대로 하는 근대 사회의 성립과 합께 생성된 특이한 문화의 꽃』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풍토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어떠한 경우에나 반드시 「유럽」 무대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소설의 정도냐 하는 것은 문젯점이 될 것이다.
어쨌든 우리의 소설문학은 일반적인 수준에 있어 아직도 세계적인데 까지 미치지 못하고있다고 자인하고 그 이유를 들어 ⓛ풍토적인 적응성문제 ②사회적인 불안 ③소설이란 이름의 수입 묘종에 대한 재배법 내지 관리법의 착오 등을 비유해서 들었다. 서양소설의 바탕을 이루는 인간과 신에서 우리에게 인간만은 받아들여지지만 신만은 극히 피상적 관념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목월씨는 「시에 있어서 한글전용문제」를 내걸었다.
한글 전용문제는 아무리 그것이 심각한 과제라 해도 조만간 성취돼야 할 마당에 놓여있다고 말하고 시어와 한자의 관계를 작품을 예로 들면서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설명했다.
한자어휘가 38%를 차지하고있는 청마 (유치환) 의 시 「수」를 ①원문대로 보았을 때 ②한자를 한글 음으로 바꾸어 썼을 때 ③가능한데까지 우리말 뜻으로 풀이해 썼을 때를 각각 비교했다. ①보다 ②에서는 시의 중량이 가벼워졌다는 것 ①보다 ③에서 순수한 우리말로 옮기게 된 경우, 시의 밀도와 표현의 함축성이 완만해진다는 것.
이와 같이 시에서 한자가 제거되면 시인의 의식이나 감각의 일부가 마비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민족의 주체적인 문화확립을 위해선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시인들의 관심과 진지한 연구를 요망했다.
김우종씨는 「비평의 과제」에서 일반의 비평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비평가들의 보다 본격적인 기능발휘를 요망했다.
즉 비평에 대한 인식으로 ①작품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하는 특수 문학형태 ②독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역 ③선의의 작가나 시인을 옹호하는 기능 담당 ④문단사회의 미래를 향해 앞장서는 방향지침 기구실 ⑤정도는 아니겠지만 작가나 시인들을 까는 것 등을 들었다. 그러나 다만 이것들은 기능 면에서 본 부분적인 해석일 뿐, 비평의 핵심을 통틀어 말한 것은 아니라는 것. 비평이 찾는 본래의 핵심적인 개념은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비평은 가치를 판단하는 이상으로 가치창조에 뜻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평에 대한 재인식이 긴요하며 비평가들은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살펴야겠고 그러자면 월평이나 작품해설도 좋지만 그런 것만을 비평업으로 삼을 바에는 차라리 비평문단의 명예를 위해 비평행위를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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