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연구로 남성 불임 치료 새로운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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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설크 라 욜라 연구소에서 일반적 형태의 남성 불임이 치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27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전 세계적으로 5쌍의 부부 중 약 한 쌍이 불임문제를 안고 있다. 또 이들 중 3분의1에서 2분의1 가량이 남성 불임에 기인하며, "남성 불임 중 압도적으로 많은 경우가 이들이 정자세포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번 연구 보고서의 수석 저자, 인더 버마 유전학 교수는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설크 연구소 연구팀은 불임 수컷 쥐에게 정자가 성장하고 성숙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주사했다. 연구원 비나이 테르가온카는 "난자를 수태시켜 결국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것은 성숙한 정자 뿐"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쥐 몸안으로 이 유전자를 넣기 위해 바이러스에서 나쁜 유전 형질을 빼내고 대신에 정자가 성장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채웠다. 그런 다음 다 자란 불임 수컷 쥐 9마리에 이 변형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9마리 중 적어도 7마리가 인공 수정을 통해 새끼 쥐를 낳을 수 있는 살아있고 건강한 정자를 충분히 만들어 냈다. 불임 쥐들 중 한 마리로부터 추출한 정자는 9마리의 건강한 쥐를 낳았다.

과학자들은 아직까지는 불임 수컷 쥐가 결국 자연수태를 위한 충분한 정자를 생산하게 될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는 상태다. 테르가온카는 "더 많은 정자가 생산되기까지 좀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르가온카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또 다른 큰 업적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유전자를 정자세포로 운반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5개의 바이러스를 가지고 실험한 끝에 부작용없이 유전자를 운반하는 바이러스를 찾았다.

테르가온카는 "유전자를 옮기기 위해 사용한 바이러스가 새끼로 옮겨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새끼 쥐로 옮겨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인간에 적용하기 까지는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리겠지만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생식생물학회의 마이클 윗트 교수는 "현재까지 유전적인 불임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가 갖는 의의는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윗트 교수는 "유전치료로 DNA의 부족한 부분을 삽입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교정하는 방법이 학계에서 논의돼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방법이 인간에게 성공한 사례는 없다. 이번 연구로 약간의 희망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인간에게서 유사한 문제를 발견해 현재 불임 치료 방법으로 정자가 자라날 수 있도록 할 수만 있다면, 건강한 후세를 낳기 위해 그다지 많은 정자가 필요치 않게 될 것이다"

LA JOLLA, California (CNN) / 김내은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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