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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달콤한 '찜갈비' … 튀긴 '닭똥집' … 안 먹고 못 배기는 '칼국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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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0미(味)의 하나인 동인동 찜갈비. 매우면서 달착지근한 맛이 특징이다. [사진 대구시]

“대구 음식은 맵고 짜다는 편견이 있어요. 대표 음식도 없습니다. 그러나 맛 골목을 가보면 완전히 달라져요.”

 식도락가 강지명(38·대구 달서구)씨의 평가다. 21일 찾은 수성구 들안길. 수성못까지 이어지는 2.3㎞ 왕복4차로 양쪽에 한식·양식·일식·중식 등 120여 가지 음식점이 모여 있다. 저마다 ‘최고’ ‘TV방영 맛집’ 등의 간판을 내걸고 있다. 들안길 입구의 한 부대찌개 집 직원은 “식당이 밀집해 손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며 “그래서 노력하고, 맛도 실제 최고”라고 말했다. 들안길은 1980년대까지 들판이었다. 그러다 90년대 들어 도심 주차난을 겪던 대구 중구의 음식점이 하나 둘 옮기면서 맛 골목이 된 것이다.

 

주말인 18일 중구 동인동. 주택가와 상가 건물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서자 양쪽에 ‘찜갈비’ 집 12곳이 보였다. ‘동인동 찜갈비’ 골목이다. 동인동 찜갈비는 간장으로 양념하는 갈비찜과 달리 빨간색이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로 양념해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우면서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63년 이후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동대구역에서 10분 거리의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이곳에는 닭똥집 전문점이 31곳이나 모여 있다. 닭똥집 골목이다. 프라이팬에 볶은 평범한 닭똥집 요리와 달리 이곳은 치킨처럼 튀긴다. 후라이드로 또는 매콤달콤한 양념으로 먹는다. 한 상인은 “튀긴 닭똥집 요리는 72년 처음 선보였다”며 “닭똥집을 튀겨 손님에게 술안주로 낸 게 닭똥집 골목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1지구와 4지구 사이에는 다닥다닥 붙은 13개 노점상이 줄지어 있다. 노점상 앞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서문시장에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칼국수 골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문시장 칼국수 맛에 반해 대구에 들를 때마다 이곳 칼국수를 즐겼다고 한다. 서문시장의 50여 곳 칼국수집은 서남빌딩 뒷골목, 동산상가 등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자리잡고 있다. 펄펄 끓는 솥에서 얇고 넓적한 면만 따로 삶아 찬물에 한번 헹궈서 그릇에 담은 뒤 멸치와 다시마로 뽑은 맑은 육수를 넣는다. 그 위에 부추와 삶은 호박채·깻가루·김가루를 듬뿍 얹는다. 안동 건진국수 방식이다.

 곱창 음식점 40여 곳이 들어선 서구 중리동 곱창 골목은 동성로에서 커피와 쇼핑을 즐긴 20대가 많이 찾는 곳이다. 곱창의 고소함을 맛보려는 젊은이들로 늘 북적인다. 이 골목의 역사는 도축장과 함께 한다. 81년 성당못 자리에 있던 도축장이 지금 골목과 마주보고 있는 아웃렛 쇼핑몰 자리로 옮겨왔다. 60여 곳 식육점은 덩달아 이사왔다. 그날 잡은 싱싱한 고기를 판매하는 포장마차도 줄줄이 들어섰다. 곱창 도매업을 하는 황혜영(33·여)씨는 “중리못 둑을 따라 자리잡은 포장마차 자리에 단지형 상가가 들어서고, 포장마차가 건물로 들어오면서 지금의 곱창 골목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중리동 곱창 골목은 소 곱창 요리가 주된 메뉴다. 간·천엽·지레 등 소 부속물과 소의 큰 창자인 대창구이는 또다른 인기 메뉴다. 반면 남구 대명동 안지랑 곱창 골목은 돼지곱창을 주로 판다. 살짝 데친 곱창을 잘게 썰어 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양념곱창’이다. 안지랑네거리 일대 200m 길 양쪽으로 양념곱창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50여 곳이 몰려 있다. 30여 곳 막창 음식점이 모인 북구 복현오거리 일대 막창 골목과 팔공산 동화 시설지구에서 맛보는 비빕밥 등도 별미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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