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속박 고발한 30세 감독 "얼떨떨해요"

중앙일보

입력 2013.05.28 00:36

업데이트 2013.05.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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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단편영화 ‘세이프’의 문병곤 감독이 시상식 직후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문 감독은 26일(현지시간) 폐막한 제66회 칸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최고상(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 AP=뉴시스]

“아직 실감이 안 납니다. 얼떨떨합니다.”

 세계 최고의 예술영화 축제로 꼽히는 제66회 칸영화제에서 단편 경쟁부문 최고상(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30)감독의 소감이다.

장·단편을 합쳐 한국영화가 황금종려상을 탄 건 처음이다. 임권택·박찬욱·이창동·김기덕 감독 등 역대 장편 부문 수상자들에 이어 한국영화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셈이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문 감독은 단편부문 수상자로 가장 먼저 무대에 올랐다. 영화 ‘더 헌트’ 등으로 유명한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이 시상자로 나섰다.

 문 감독의 수상작은 13분짜리 단편 ‘세이프(Safe)’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에서 환전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대생(이민지)과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문 감독은 2년 전에도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작품 ‘불멸의 사나이로’로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적 있다. 현재 파리에 머물고 있는 그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지난 번에도 평가가 좋았지만 수상은 못해 이번에도 참가에 의의를 뒀다.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세이프’를 만든 계기는.

 “친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고, 이걸 내가 각색했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딜레마, 돈에 속박될 수밖에 없는 폐해를 그려보고 싶었다.

 -수상 직후 반응은.

 “폐막식 파티에서 (단편부문 심사위원장인) 제인 캠피온 감독이 큰 격려를 해줬다. 영화가 긴장감이 있다고, 다음 사건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이야기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무엇보다 강렬한 메시지가 돋보인다고 했다.”

-제작비는 어떻게 모았나.

 “지난해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제작지원 프로그램인 필름게이트에 당선돼 500만원을 받았다. 개인 돈 300만원을 보태 도합 800만원으로 만들었다. 촬영은 지난해 9월 총4회로 찍었다.”

 -정말 만들고 싶은 영화는.

 “장르나 소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여주면서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보편적 이야기’라면.

 “연애와 결혼에 관심이 많다. (웃음) 영화로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될 진 모르겠다.”

 -‘세이프’를 다른 나라에도 선보이게 되나.

 “개인적으로 발품을 팔려고 한다. 해외 영화제를 다니며 알리고 싶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널리 통할 수 있다고 본다.”

 -이후 계획은.

 “일단 파리를 여행한 뒤, 브라질에서 일하고 있는 친형을 만나러 갈 계획이다.”

지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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