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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 농업시대, 창조전략이 필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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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재수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농업을 뜻하는 영어 ‘agriculture’는 라틴어 ‘agri(땅)’와 ‘culture(경작, 문화)’가 합쳐진 것이다. 땅을 일구는 것, 즉 농사짓는 문화가 농업이라는 뜻이다. 전통농업은 땅에 종자를 뿌리고 햇빛과 물, 공기를 이용해 곡물이나 채소 등 농작물을 생산하는 일종의 창조활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농업은 전통농업 시대, 다른 말로 농업 1.0 시대의 개념이다. 최근 농업의 개념과 영역,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지고 있다. 농업은 생산은 물론 유통, 가공, 저장, 수출, 식품 안전 등을 포함하면서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최첨단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창조경제와 거리가 먼 전통농업이 과학과 기술이 융복합된 최첨단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다. 어쩌면 창조경제의 시작도 농업이요, 끝도 농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농업 분야에 과학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 우선, 바이오생명산업기술이 농업에 응용된다.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건강을 강조한 맞춤형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농작물을 소재로 한 기능성식품·의약품·신소재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양산업으로 간주되던 양잠산물이 화장품·치약·비누는 물론 인공뼈 개발까지 이를 전망이다. 1g당 가격이 금보다 비싼 종자도 즐비하다. 농업 분야와 생명공학이 융복합해 이뤄 낼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둘째, 식품시장에도 다양한 융복합이 나타나고 있다. 무선인식기술(RFID)을 이용해 농축산물 이력추적제·원산지표시제 등에 활용하고 있다. 미래식품 학자들은 세포공학기술로 육류를 생산하는 배양육(培養肉:in-vitro meat)의 상용화를 조만간 기대하고 있고 곤충이나 해조류가 20년 뒤 우리 식탁의 주메뉴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셋째, 기후변화를 고부가가치 농산업으로 응용하는 시대다. 기후변화를 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이용해 신품종을 개발하거나 재배방식 변화, 출하시기 조절, 병해충 방제, 어장 발굴 등 다양한 기후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기후변화를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다.

 넷째, 첨단기술을 활용한 융복합 농업시대가 다가온다. INBEC 기술, 즉 정보기술(IT)·나노기술(NT)·생명공학기술(BT)·환경기술(ET)·문화기술(CT) 등은 오래전부터 농업 분야에 응용됐다. 컴퓨터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수직형 빌딩농장, 바닷물로 농사짓는 해수농업, 대체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미세조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농업이 꽃을 피울 것이다.

 창조경제 시대의 농업은 달라져야 한다. 창조농업 시대에 알맞은 정책을 수립하고 조직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농업이 전통적인 ‘먹는 농업’에서 벗어나 ‘보는 농업’ ‘관광농업’ ‘의료농업’ ‘생명농업’ ‘신소재농업’ 등으로 발전해야 미래가 있다. 창조농업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자.

김재수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