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60일간 4873㎞ 횡단 진짜배기로 만난 중국땅&중국인

중앙선데이

입력 2013.05.25 00:07

지면보기

324호 26면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라면 중국은 ‘잘 아는 것 같은데도 아는 게 없는’ 나라다. 7년 전 미국 대륙을 80일간 자전거로 횡단했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의 저자 홍은택씨가 중국을 향한 이유다. 지난해 60일간 자전거로 중국 구석구석 4873㎞를 누비며 실시간으로 중앙SUNDAY 연재를 통해 전했던 그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 책으로 나왔다. 육체와 땅 사이에 아무런 보호막도 치지 않고 맞닥뜨린 중국은 한마디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나라였다.

『중국 만리장정』

기차나 버스를 타도 될 텐데 왜 자전거일까? 저자는 자신의 두 다리로 움직이는 것만을 여행으로 봤다. 다른 동력을 이용하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이동에 불과하며, 모든 순간을 온전한 여행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함이라는 논리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가보지 못한 세계로 뛰어들기 위해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움직임이며, 세상을 온전히 경험하는 유효한 도구라는 것이다.

저자가 택한 여정은 상하이에서 출발해 베이징·시안을 삼각형의 꼭짓점 삼아 뤄양·난징·장저우· 카이펑·안양·항저우 등 8대 고도(古都)를 연결하는 코스.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을 다 품고 있기에 역사상 중요한 정치경제문화권을 섭렵하는 여행이라 자부할 만하다. 유적지나 박물관, 또는 요즘 뜬다는 명소를 돌아보고 그 나라를 논하는 얄팍한 여행서적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나 정치경제상황을 정면으로 접근하는 딱딱한 내용도 아니다. 지금 중국이라는 땅덩어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그들 안에 숨쉬고 있는 역사와 정치, 경제사회문화를 통찰하는 색다른 중국 입문서다.

상하이 양우기념관에서 발견한 영화 ‘색, 계’의 실제 주인공 정핑루의 사진에서 1930년대 상하이의 낭만을 돌아보고, 평일에도 인산인해를 이루는 쑨원의 묘 중산릉에서 영웅을 신격화하는 중국의 전통적 정서를 읽는다. 영웅을 기다리는 마음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사회를 안정시켜 주기 바라는 기대감이기도 하다. 쑤저우에서 만난 가족을 통해 들여다본 주택 사정, 퉁바이현에서 용의 머리에 뱀의 몸을 한 반고가 천지를 창조했다는 창세신화 등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도처에 가득하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겉모습만 보고 알은체하는 구경꾼을 벗어나 중국인들 속으로 용감하게 파고드는 지점에 있다. 덕분에 서방 작가의 책이나 신문기사로는 느낄 수 없는 진짜 중국인의 체취를 느끼고, 그들의 한국에 대한 생각까지 읽을 수 있다.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노 교수와 정치적 담화를 나누고, 도교 본산지에서는 인생을 직접 점쳐보며 역술가와 친구가 된다. 친링산맥의 동굴집 야오둥을 찾아가 농부의 일상을 엿보고, 수능시험 현장에 달려가 작문시험 문제유형에 드러난 비판적 사고력의 결여를 발견하는 식이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 아닌 중국 사회 내면과의 흥미진진한 조우라고 할까.

여행 막바지 태산(泰山)을 앞산이 아닌 뒷산으로 기어이 오르게 된 경위도 시사적이다. “나라에 정책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대책이 있다”며 규범에 구속됨 없이 임기응변으로 자기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중국인 아닐까. 저자가 온몸으로 부딪치는 ‘진짜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이 이런 깨달음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정해진 길이 아니라 좀 돌아가더라도 목적지만 있다면 결국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비단 중국만의 이야기는 아닐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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