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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OCI 회장 등 한국인 245명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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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기업 회장 등 한국인 245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영리 인터넷언론매체 ‘뉴스타파’는 2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뉴스타파 측은 이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 취재한 결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은 모두 245명”이라며 “이는 1차 취재 결과물일 뿐 추후 공동 조사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 같은 한국인 명단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 내부 자료에 담긴 13만여 명의 고객 명단과 12만2000여 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한국인 245명 가운데 한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159명, 홍콩·싱가포르 등 해외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86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대부분 1995년부터 2009년 사이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페이퍼컴퍼니 설립이 급증했다고 뉴스타파 측은 전했다. 뉴스타파 측은 “245명의 명단 가운데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 총수와 총수 일가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1차로 공개된 5명의 한국인 인사는 이수영(71) OCI 회장과 그의 부인 김경자(71)씨,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76)씨, 조욱래(64)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그의 장남 조현강(37)씨 등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수영 OCI 회장 부부는 2008년 4월 버진아일랜드에 ‘리치먼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영학씨도 2007년 6월 ‘카피올라니 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조욱래 회장과 그의 장남 현강씨는 2007년 3월 ‘퀵 프로그레스 인베스트먼트’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버진아일랜드는 법인 소득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조세피난처다. 이곳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탈세 목적 등으로 이곳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금을 불법 운용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뉴스타파를 제작하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김용진 대표는 “현재 20여 명의 신원을 확보했으나 확인이 좀 더 필요하다”며 “매주 1~2회씩 추가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공개는 오는 27일로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OCI 측은 입장 자료를 통해 “(이 회장이) 2006~2008년 미국 자회사인 OCI엔터프라이즈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보수 100만 달러 정도를 자산운용사를 통해 (버진아일랜드에) 개인 계좌를 개설한 바 있다”고 시인했다. 이어 “2010년 이 계좌를 폐쇄했다”며 “이와 관련해 누락된 신고와 납세 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완결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회장의 부인인 김경자 관장이 보유한 계좌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중건 전 부회장은 97년 2월까지 회사에 근무했다”며 “현재는 고문직에서도 물러나 관련 사실을 전혀 알 수 없고 해명할 내용도 없다”고 밝혔다. DSDL 측도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효성 측 역시 “조욱래 회장은 80년 대전피혁을 물려받은 뒤 효성과 계열 분리가 돼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OCI 주가는 전일 대비 1% 하락한 14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효성 주가 역시 전일 대비 4.29% 하락했다.

정강현·민경원·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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