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22주년 분위기 '썰렁'

중앙일보

입력

5.18 민중항쟁 22주년을 맞는 광주가 유난히 조용하다.

이미 추모기간에 들어섰지만 5.18을 상징하는 전남도청 앞 금남로와 5.18묘지는 차분하다 못해 썰렁한 느낌이 들 정도다.

16일 5.18묘지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5.18묘역을 다녀간 참배객 수는 모두 2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천여명이 줄었다.

참배객 수가 줄어든 것은 22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5.18이 국민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데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기념행사위원회 등의 무성의와 나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구촌의 축전인 월드컵과 지방선거가 잇따라 열리는 것도 추모열기를 떨어트리는데 한몫했다.

또 22주년 기념행사가 대폭 축소되면서 시민 참여공간이 줄어든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행사위측은 과거의 산만했던 행사를 지양하고 집중화를 모색했다지만 여전히 예산타령에, 준비된 행사도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40여개 행사 가운데 5.18의 배후로 지목된 미국을 심판하는 '시민 법정'을 제외하면 특별히 관심을 끌 만한 행사를 찾기 어렵고 화려했던 전야제도 이번에는 구경할 수 없다.

전국화와 세계화도 요원해 올 5.18 행사를 치르는 곳은 광주.전남을 제외하면 서울, 대구, 부산, 전주에 불과한데다 월드컵과 비엔날레 등 국제행사와 접목시키려는 시도도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해 광주 민주유공자 예우법이 통과되고 5.18묘지가 국립묘지로 승격되면서 5.18 행사가 과거 당사자 중심에서 벗어나 온 국민이 함께 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심지어 광주시민과 국민의 관심을 끄는 것이 힘에 부친다면 추모제와 전야제,기념식 등 기본행사만 치르는게 낫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5.18 기념재단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정치성을 띠지 않는, 시민과 함께 하는 5.18행사가 가능한 시점에 도달했는데 올해는 월드컵과 지방선거에 밀려 시민과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난 게 사실"이라면서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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