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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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프란츠·카프카」의 소설에 「성」이란게 있다. 주인공 K는 성의 토지측량기사로 채용되어 성의 마을에 도달한다. 하늘로 치솟은 듯 성은 언제나 먼발치에 보인다.
그러나 성에는 도저히 접근할 수가 없다. 마을 사람들도 성에 이르는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성은 외포의 대상이다. 그런 거룩한 접근하겠다는 K를 마을 사람들은 차츰 백안시한다. 그들도 사실은 한번도 성 가까이 가본 적이 없다.
성에서도 K에게 아무 연락이 없다. K가 절망에 빠진 채 임종하려는 순간에야 비로소 마을에의 안주를 성에서 허락한다는 것을 연락관이 전해준다.
이 소설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다. 그 중에는 현대사회의 번거로운 관료성을 예견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렇게 보면 「카프카」의 「성」은 우리에게도 먼 얘기는 아니다.
살던 집을 헐고 신축하려고 건축허가원을 냈다. 그랬더니 지난 5년 동안의 시세 및 국세완납증을 첨부하란다. 5년 동안을 전전하던 동리들의 사무소를 서넛 거쳐서 겨우 얻어냈다. 이번에는 풍치지구이니까 그 해제허가를 얻어야하며, 여기에도 5년간의 시세·국세완납증을 첨부해야 한단다.
빈터에 집을 세우는게 아닌데 뭘 그러느냐니까 규정이 그러니까 도리 없단다. 다시 동회사무소들을 뛰어다니며 증명을 얻어냈다. 그랬더니 이번엔 건축세를 물고 무슨 저축인가를 해와야 한단다.
앞으로 완공될 때 까진 얼마나 더 관청과 승강이를 벌여야 하고 몇 개나 도장을 더 찍어야할지 끔찍스럽다.
공연히 분에 넘치는 짓을 했다는 뉘우침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반무허가 건축물속에서 태연한 사람, 같은 풍치지구내인데도 단 하루만에 허가를 얻은 사람, 주차장도 비상구도 없는 「매머드·빌딩」을 짓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은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나보다고 새삼 경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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