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웨이보<중국판 SNS> 통제 위해 글 삭제와 블로거 회유 병행”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23호 05면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의 힘으로 중국 고위 관료가 최근 낙마했다. 신화통신은 류톄난(劉鐵男·59) 국가발전개혁위 부주임이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 취임 이후 부패로 낙마한 최고위급 인사다. 웨이보에 비리 내용이 올라온 뒤 사정 기관이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최근 5개월간 100여 명의 공직자가 부패 혐의로 처벌됐으며 그중 절반가량은 웨이보와 인터넷을 통해 비리가 폭로됐다.

중국의 유명 블로거 자오징이 말하는 인터넷 여론 통제

웨이보는 이제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소통 도구로 급부상했다. 존 헌츠먼 전 주중 미국대사는 2012년 미국 대선 당시 중국의 인터넷 세대가 중국 공산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을 거라는 ‘예언’까지 내놓았다. 웨이보는 과연 중국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까. 언론인 출신의 유명 블로거 자오징(趙靜·38ㆍ사진)은 TED에서 중국의 인터넷 세계에 대해 강의한 바 있다. 그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이 기대하는 사회혁명 유발 가능성을 희망적 사고라고 일축했다. 중동 국가와 달리 중국에선 웨이보와 인터넷의 검열을 철저히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웨이보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13억 인구 중에서 5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그중 웨이보 이용자는 약 3억 명이다. 웨이보를 독자 수 3억 명인 신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여기에 일반인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선 과거에 전국적 규모로 발행되는 매체는 인민일보 같은 관방매체뿐이었다. 그런데 전국을 커버하는 영향력 있는 매체가 또 하나 등장한 것이다. 중국에도 여론 전쟁터(與論陣地)가 형성된 것이다.”
요즘 중국 네티즌은 웨이보를 언론 자유의 확대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반면, 중국 정부는 이를 효과적인 통치 수단으로 삼기 위해 고민한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는 웨이보를 지방정부의 부패를 감독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웨이보를 ‘현대판 신문고’로 보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어떻게 웨이보를 통제하는가.
“두 가지다. 첫째는 민감한 내용을 실은 글을 직접 삭제하는 것이다. 둘째, 영향력이 큰 블로거들을 회유해 체제 위협 발언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중국 사장을 지낸 리카이푸(李開復)의 경우 팔로어가 4000만 명, 영화배우 야오천(姚晨)은 4600만 명이나 된다.”

-삭제 땐 정해진 기준이 있는가.
“중앙정부와 중국 고위급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다. 당신에게는 모호할 수 있지만 언론 자유가 없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중국인들은 다 안다. 그래서 ‘자기 검열’이 생활화돼 있다. 당신이 웨이보에서 반정부 쪽 의견을 발견했다면 이것은 분명 그가 실제로 하고 싶은 비판보다 굉장히 많이 누그러뜨린 발언일 것이다. (올해 초 언론 자유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남방주말 사태는 언론 자유에 대한 기대가 환상이라는 걸 증명해줬다. 내가 듣기론 중국 언론계가 무척 낙담하는 분위기다.”

-당신이 하는 이런 얘기들을 기사화하는 게 두렵지 않나.
“나는 상황에 대한 분석을 할 뿐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체제 저항 운동을 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오늘 몇 시에 어디서 모여 시위를 하자’고 웨이보에 쓴다면 당장 잡혀갈 것이다. 공산당은 행동만이 체제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를 가만 놔둔다.”

-웨이보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웨이보는 중국인들이 사회문제를 공론화한다는 점에서 ‘시민 훈련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행동이 결여됐다. 예를 들어 집에서 수영 훈련을 한다며 맨날 팔젓기 연습을 해본들 막상 물에선 수영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의견 표출과 행동을 하는 건 다르다.”

-시민 훈련을 하다 보면 나중에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
“요원하다. 공산당이 매년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한 인민들은 조용히 있을 것이다. 인민들은 배가 부르면 항의하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잘못 판단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만약 앞으로 중국 체제가 붕괴된다면 그건 민주화 열망이 아니라 경제 위기로부터 올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활력으로 판단하건대 향후 10년 동안 중국에서 아랍과 같은 민주화 혁명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터넷 여론 명분 삼아 대북정책 바꿀 수도
자오징의 견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서방 관찰자들이 또 하나 간과하고 있는 것은 중국에서 날로 확산되고 있는 민족주의 열풍일 것이다. 헌츠먼 전 대사의 발언 이후 환구시보가 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0% 이상의 응답자들은 ’미국이 추구하는 대중 정책(중국 공산당 타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젊은이들은 인터넷에서 민족주의·국수주의 색채를 강하게 드러낸다. 어느 젊은 당 간부가 말한 것처럼 ‘중국 젊은이들은 공산당이 잘돼야 자신도 잘된다’는 믿음을 품고 산다. 여기엔 교육의 영향도 크다. 아편전쟁 이후 100년간의 수치를 끊임없이 강조해 온 애국 교육은 특히 효과적이다. 자오징에게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 확산되는 대북한 혐오감의 원인을 물어보았다. 그는 “한국 언론매체들이 몇 년 전부터 인터넷 중국어판을 해왔는데 그걸 통해 중국인들이 이전에 몰랐던 북한의 인권 상황과 왕조 체제 등을 접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민중의 목소리’가 중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나.
“당신이 오해하는 게 있다. 중국 정부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인민들의 여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 스스로 북한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여론은 정부를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여론을 이용해 자기 입장을 합리화할 수 있다. 즉 외교정책을 바꾸고 싶을 때 ‘이건 인민이 원해서’라고 선전하며 바꿀 수 있다.”

-최근 북한에서 휴대전화 보급이 급증하는 추세다. ‘아랍의 봄’처럼 북한에서 SNS와 스마트폰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건 전형적인 ‘기술 결정론’ 시각이다. 새로운 통신기술이 보급되면 그게 민주화를 촉진한다는 건 너무 희망적인 사고다. 중국을 봐라.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그런데 혁명 조짐이 있는가. 북한 민주화는 북한을 지배하는 김씨 왕조가 물러나야만 가능하다.”



자오징 필명 ‘안티(安替)’로 더 알려져 있다. 체제에 저항한다는 영어 ‘anti’의 뜻이다.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그의 블로그를 폐쇄한 사건이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뉴욕타임스 베이징지국 연구원과 워싱턴포스트 연구원으로 일하다 하버드대의 니먼 펠로를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