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자가용 비행기…날아다니는 비즈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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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삼성전자 통신부문 이기태 사장은 자가용 비행기 예찬론자다. 해외출장에 자주 회사 소유 자가용 비행기를 활용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정보기술(IT)전시회 컴덱스에도 실무진들과 함께 자가용 비행기로 라스베이거스로 갔다.

전시회 참관과 미팅 등 바쁜 하루를 보낸 뒤 다음날 새벽 휴대전화 관련 비즈니스를 위해 바로 이스라엘로 날아갔다. 항공사 비행기를 이용했으면 적어도 2~3일은 더 걸렸을 일정이다.

"일단 이동이 신속하고 기내에서 회의도 할 수 있다. 탑승객의 신원이 확실한데다 전용 터미널을 이용하니 입국수속도 간편하다. 무엇보다 비즈니스때 자가용비행기를 이용하면 상대 업체가 큰 신뢰를 보이기 때문에 상담이 순조롭다." 이사장의 자가용 비행기 유용론이다.

국내에 입국하는 귀빈들에게도 자가용비행기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지난해 4월 한국을 방문한 나이지리아 대통령 영부인 일행은 까다로운 세관검사 때문에 입국이 30여분 지연되는 봉변을 당했다.

그러나 회사측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할 때 전용 제트기로 모시는 등 극진히 예우하자 영부인 스텔라 오바사뇨는 "환대에 감사한다"는 말을 남기고 출국했다. 삼성은 산요 회장,르노 회장 등이 방문할 경우에도 제트기를 제공한다.

삼성의 자가용 비행기는 세간에 '이건희 회장 전용기'라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연 4백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중 90% 정도를 그룹 임원진과 외국 CEO등이 이용한다. 국제박람회 등 큰 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임직원들의 단체 출장에 사용하기도 한다.

사치.호화.낭비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자가용 제트기-. 그러나 세계 초일류 기업들에 자가용 비행기는 CEO들의 출장길을 도와주고 기업이미지는 높이는 비즈니스의 첨병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하는 기업용 제트기는 삼성 두 대(사진은 삼성이 보유한 자가용 제트기와 같은 종류인 보잉 737)와 대한항공 한 대가 전부다.

대우.동아.쌍용 등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모두 되팔았다. 이에 비해 1만5천대의 기업용 제트기가 있는 미국에서는 포드사가 1백60석 규모의 MD-80 두대 등 모두 9대를 운영 중인 것을 비롯해 코카콜라(10대).GM(10대).GE(6대)등 대기업이 제트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일본에서도 소니 등 적지 않은 기업들이 제트기를 보유하고 있다.

자가용비행기는 대당 3천만~5천만달러로 비싸다. 하지만 삼성측은 "비용대비 효용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우선 출장 스케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제트기를 관리하는 삼성테크윈 유종찬 차장은 "인천을 출발해 모스크바에서 항공기를 갈아타고 몽골과의 국경에 위치한 러시아 소도시 울란울데까지 가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지만 회사 비행기로 인천까지 돌아올 때는 세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몇년을 이용한 뒤 매각해도 산 가격을 거의 그대로 받을 수 있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자가용 비행기를 다른기업에 임대해주는데 미국 왕복비용이 10만달러선이다. 활용만 잘하면 비싼 편이 아니라는 것이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미국에서도 기업용 제트기 임대가격은 시간당 4천~6천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CEO뿐 아니라 연예인.스포츠 스타들까지 수요가 언제나 넘친다. 삼성테크윈 조욱상 상무는 "중국과 동남아까지 기업용 제트기가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한국도 김포공항을 기업용 제트기용으로 개방하는 등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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