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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자살사건과 사회기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두 개의 자살사건이 이틀사이에 대전에서 꼬리를 물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사건에서 특별한 충격을 받는 것은 이 두 자살사건에 관련된 사람이 모두 사회적으로 상당한 지위에 있는 공무원이요, 그 배경이 책무와 관련되어 있는 듯한 때문이다.
한 검사의 경우는 1개월 전에 병사한 부인이 조직했던 계빚 천만원에 쫓겨 창가에 목을 매고 자살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 대학교수의 경우는 서울에서 열렸던 제48회 전국체육대회 때의 경비문제로 물의가 일어나 음독자살했다한다.
사건자체나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당자들의 사정을 보면 그런대로 측은한 점도 없지 않겠으며 원칙적으로 사자에게는 채찍질도 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이 두 자살사건은 위에서도 지적한 대로 공무원이 금전과 관련되어 생겨난 사건이며 그 사건의 배경에는 석연치 않은 많은 의혹이 있어 우리의 각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먼저 전자의 경우를 볼 것 같으면 10만에서 1백만원짜리 계를 들어 1천여만원의 빚을 지게되었는데, 그러면서도 사무실 겸 자택으로 7백만원짜리 집을 짓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 결과가 이번 불행을 자초하고 말았다는 느낌조차 있는 것이다. 다음 후자의 경우를 볼 것 같으면 충남체육회 전무이사를 겸한데서 생겨난 국체경비말썽은 일단 덮어둔다 해도 보도된 바에 의하면 마작으로 돈을 잃고 40만원의 부도수표를 발행하고 있었다는 소문이 있다한다. 역시 일반의 상식과는 어쩐지 부합치 않은 금전관계가 배경에 깔리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하여 그런 끔찍한 사건을 빚어내고 말았던 듯하다.
도대체가 공무원의 신분으로 계빚이 천만원이나 되며, 노름빚으로 40만원짜리 부도수표를 발행했다 운운하는 것은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되지가 않는다. 아무리 가치의식이 전도되고 사회나 공무원의 기강이 해이되었고 일확천금의 배금주의가 지배하는 환경이라고 하지만, 공무원들의 수입이 얼마나 되기에 그렇듯 금전관계의 단위가 높았었단 말인가.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봉급생활자가 자기봉급의 3배에 해당하는 빚을 지게되면 영원히 그것을 갚을 도리가 없다하거니와 그들이 그렇게 담대하게 되었던 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뭏든 우리는 이 두 자살사건에서 기강이 해이되고 상식이 발판을 잃은, 부조리한 사회의 일단면을 보는 것이며, 전체 공무원들의 정신적·물질적 태도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소름마저 끼친다. 만약에 그럴리야 없겠지만 모든 공무원과 국민들이 그렇듯 분에 넘치는 금전거래를 예사로 하고, 그것의 파탄을 죽음으로써 메우는 풍습에 젖게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근로의 미덕이 퇴색하고 자력갱생의 사회적 기풍이 아쉬운 터에 그런 해악적 생활태도들이 밀어닥친다면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는 그들의 생활태도 하나하나가 일반서민에게 원튼 원치 않든 어떤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점에서 특별히 생활상의 절도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두 사건은 오늘날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극히 문란해진 우리사회의 기강 문제에 대한 일대 경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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