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죽을 권리 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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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에 걸린 한 여성이 남편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기 위해 제기한 법률 소송에서 패소한 후 자살 협조에 관한 영국 법률을 바꾸자는 내용의 인터넷 탄원 사이트를 만들었다.

다이앤 프리티의 탄원은 유럽 인권 재판소가 월요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이언 프리티가 아내의 자살을 돕는다면 기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결한 데에 뒤이은 것이다.

그녀는 기자회견에서 키보드와 컴퓨터 음성합성기를 이용해 "법이 나의 모든 권리를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로 목 아래 부위가 마비된 이 여인(43)과 남편은 인터넷에 탄원 사이트(www.justice4diane.org.uk)를 만들었다.

잉글랜드에서 자살은 합법이다. 그러나 1961년 제정된 자살법은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돕는 행위를 최고 14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 판사들은 "잉글랜드에서 자살 조력을 범죄로 규정한 것은 프리티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프리티는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합법적으로 승인 받기 위해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었다.

1999년부터 운동신경장애를 앓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프리티는 영국 법정에서 패소한 후 유럽 법정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녀는 말도 할 수 없고 관을 통해 음식을 공급 받아야 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된 상태다. 그러나 그녀의 사고력과 의사결정 능력은 손상되지 않았다.

병이 호흡기 근육에까지 번지면 그녀는 호흡 곤란과 폐렴 등으로 곧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녀는 인터넷 사이트에 "내가 움직일 수 있었다면 자살했을 것이다. 그것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는 이 끔찍한 병 때문에 자살조차 할 수 없다. (죽고자 하는)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의사가 나를 돕는다면 그 의사는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다. 이런 법은 말도 안된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견디도록 강요 받지 않고 죽을 방법과 시기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

브라이언 프리티는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아내는 실망하고 있지만 잘 견디고 있다"며 "나중이 되겠지만 한동안 앉아 있을 정도가 되면 이를 불쾌하게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결에 대해 묻자 그는 "아내와 좀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법원의 판결이 기쁘기도 했지만 죽을 시기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아내의 단 한가지 희망이 무산된 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아내의 청은 거부됐다. 이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것이 자살일지라도 말이다."

지난 10월 영국 대법원은 브라이언 프리티가 기소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판결했고 영국 상고 대법원은 11월 이를 확정했다.

다이앤 프리티의 변호사는 영국의 판결이 그녀에게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치료나 처벌' 등을 강요하기 때문에 유럽인권협약이 보장하는 권리를 위반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심리에서 영국 정부 측 변호사인 조나단 크로우는 이 사건의 '비극적 상황'에 동감은 하지만 법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합법성 여부는) 분명하고 명쾌하게 구분할 수 있다"며 "국내법은 분명 개인이 타인의 죽음에 의도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ONDON, England (CNN)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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