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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뽀글이·만두밥 … '모디슈머'가 식품시장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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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모디슈머에 주목하라’. 최근 식품업계에 모디슈머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모디슈머(Modisumer)는 기존 조리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재창조한 방법으로 제품을 즐기는 소비자를 말한다. 처음엔 전 국민이 자신만의 레시피(조리법) 하나씩은 갖고 있다는 라면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인 게 ‘짜파구리’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이는 짜파구리 레시피는 2009년 한 대학생의 블로그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올 2월 중순 한 방송에 소개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너구리 매출이 전년 대비 58%, 짜파게티 매출은 20% 증가했을 정도다. 두 제품을 만드는 농심 관계자는 “생각지도 못했던 모디슈머의 레시피가 유행하면서 매출이 동반상승했다”며 “앞으로 짜파구리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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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모디슈머의 활약은 라면을 뛰어넘어 음료나 시리얼·즉석밥·안동찜닭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흔히 아침식사 대용이나 다이어트 식품으로 애용되던 시리얼도 모디슈머의 레시피 대열에 합류했다. 우유와 함께 먹는 것이 보통이지만 요즘엔 요거트나 크림수프·샐러드·과일 등과 섞는 레시피가 유행이다. 모디슈머들은 안동찜닭에 콜라를 섞는 유쾌한 실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코카콜라 찜닭으로 유행 중인 레시피는 한 블로거가 “매콤하고 짭짜름한 안동찜닭에 코카콜라 1캔을 넣었더니 달콤해졌다”고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콜라를 넣었더니 닭살이 부드러워졌다”는 등의 레시피가 뒤를 잇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1∼2인 가구가 늘면서 즉석식품으로 나 홀로 식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똑같이 즉석식품을 먹어도 남과 다르게 먹으려는 시도가 늘면서 기발한 레시피들이 넘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주 후 숙취 해소용으로 이용되던 헛개수 음료는 최근 칵테일바의 레시피로도 인기다. 술을 깨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심리적인 효과와 헛개수 특유의 깔끔하고 담백한 풍미가 다양한 칵테일용 음료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헛개수 칵테일이 유행하자 컨디션 헛개수를 내놓은 CJ제일제당은 서울 홍대 앞 등에서 아예 ‘헛개 트럭 카페’를 운영하며 모디슈머의 레시피로 만든 칵테일을 무료로 나눠주는 마케팅을 펼쳤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모디슈머의 인기 레시피가 나오면서 매출도 올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새로운 레시피를 적극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디슈머의 활약 못지않게 연예인들의 레시피도 화제다. 특히 이들이 방송 등에서 자신만의 레시피를 소개하면 팬들이 따라 하면서 관련 제품은 동이 날 정도다. 방송인 붐은 최근 방송에서 “건빵을 봉지째 부숴 우유와 섞으면 ‘건빵 플레이크’가 된다”고 소개했다. 이후 군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시피로 인기를 끌며 ‘붐 플레이크’로 인기를 끌고 있다. 탤런트 지성이 방송에서 소개한 ‘지성 만두밥’도 널리 입소문이 났다. 지성은 한 연예방송에서 “물만두와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간장을 넣고 비비면 만두밥이 된다”고 말했다. 이후 “물만두 대신 잡채를 넣으면 잡채밥이 된다”거나 “김치만두를 넣었더니 김치밥이 됐다”는 등 이를 응용한 레시피가 잇따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모디슈머의 인기 레시피는 매출까지 끌어올릴 만큼 영향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엔 모디슈머를 적극 활용해 공동마케팅을 하거나 레시피를 제품화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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