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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부·여당은 연내에 민방위법을 제정하고 예산상의 뒷받침을 해주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그러나 정부·여당간에는 민방위법안의 내용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의견이 있었던 모양으로 양자는 의견 차를 조정하여 단일 안을 만들기에 부심하고 있는 듯하다. 공화당정책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본 결과ⓛ의무제를 원칙으로 하되 지원제도를 병행하는 방안강구 ②지방별 차등실시방안검토 ③민방위대 편입예상자의 연령축소 ④일반복무기간을 1연중 l개월로 단축 ⑤기간대원의 복무연한 3년을 직장성격에 따라 차등을 두어 조정⑥벌칙규정완화 ⑦정치적으로 악용될 위험을 방지키 위한 보완 규정의 설정 등의 방향으로 의견이 통합되어가고 있다한다.
이와 같은 수정안이 채택되어 국회에 제출된다고 하면 정부원안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법안이라면 통과시켜도 무방치 않느냐 하는 논이 나올는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이 수정안대로 법을 제정한다 허더라도 이것은 북괴의 간접침략을 막는데 별로 실효가 크지 못한 대신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히 침해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여전히 크게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 논거는 무엇인가.
첫째 설령 지원제를 병행한다 하더라도 민방위의 의무제를 원칙으로 하는 한 그것은 원안에 비해 50보 백 보의 차밖에 없다는 것이다. 헌법 제34조를 아무리 확대 해석한다 하더라도 국민에 대해서 병역의 의무와 민방위의 의무를 이중으로 부과할 수는 없는 것이요, 병역의무를 지게 하는 경우에는 민방위의무를, 또 그 반대로 민방위의무를 지게되는 경우에는 병역의무를 면제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해석상의 정론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현행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민방위법을 제정한다고 하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원제도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둘째 민방위제도 심사에 있어서 지역별차등을 인정하고 간첩침투가 잦은 구역에다 민방위의 중점을 둔다고 하면 여타지역에서의 민방위대는 유명무실한 존재로 화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일반복무자의 연간복무기간은 연중 30일간 정도로 축소한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기간대원의 복무연한은 3년으로 한 것으로 보면 민방위의 기간대원은 필연적으로 전문화·직업화 할 것이요, 결국 국가가 상당한 보수를 주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민방위는 기간대원·일반복무 자 할 것 없이 애초부터 지원제로 대원을 확보하고 일정한 보수를 주어 민방위에 전념케 하는 것이 효율적이 아니겠는가.
셋째 민방위를 지원제로해서 전문화할 바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민방위제의 구상을 버리고 경찰력을 증강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경찰증원으로 민방위법이 추구코자 하는 목적을 달성키 위해서는 18억 원이 드는데 민방위대를 두면 3억 원밖에 들지 않기 때문에 민방위대를 두는 것이라 한다. 묻노니! 우리 정부·여당은 언제부터 세출예산을 꾸미고 쓰는데 이처럼 인색해지고 절약지상주의를 택했던가. 간첩침투가 국가방위나 사회안전을 해치는 최대의 요소라고 하면 다른 세출은 다 줄이더라도 그것을 막는데 필요한 경비를 여유 있게 확보해 두는 것이 절실한 요구가 아니겠는가.
끝으로 수정안대로 법을 제정한다 하더라도 이 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원천적으로 제약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기본권에 대한 원칙적 제약이 부당히 악용된다고 하면 국민은 자유에 있어서 질식을 느낄 것이요, 우리사회의 많은 시민은 정신적 위축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다. 민방위법이 정치적 악용의 우려에 관해서 말한다면, 입법자나 행정부가 그 선용을 백 번 다짐한다 하더라도 과거의 민보단·향보단·국민방위군 등이 그 본래의 목적을 떠나 정치적으로 얼마나 남용되었던가를 잘 알고있는 국민에게는 마이동풍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무릇 개인의 자유와「개인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질서」사이에는 적절한 균형의 관계가 성립되어야한다.
「개인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질서」를 민방위법으로 보전하겠다는 이유로「개인의 자유」를 부당히 침해한다고 하면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다.
필자는 우리의 현명한 정부·여당은 이런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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