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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 코드명 '새 시대' … 성숙한 새 한·미관계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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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코드명 ‘새 시대’. 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첫 방미(訪美)길에 오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출사표는 순방 코드명에 압축돼 있다. 순방 코드란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할 때 외교부가 보안이나 경호상의 이유로 따로 짓는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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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드명으로 보더라도 이번 순방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첫 방미 컨셉트와는 다르다. 당시 코드명은 양국 간 태평성대를 바란다는 뜻으로 ‘태평고’였다. 10년 만에 보수 정권이 집권함에 따라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시점이었다. 그래서 이 전 대통령의 방미는 ‘스킨십 강화 순방’이라 불렸다.

 이 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전 대통령의 카트를 직접 운전하며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한·미 관계가 공고한 시점에 미국을 찾는다. 다만 북한과의 관계를 포함해 동북아 지역엔 새 질서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스킨십보다 ‘성숙한 새 한·미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드명을 ‘새 시대’로 한 것이 그런 맥락이다. ‘Bound By Trust Forward Together’(신뢰에 기초해 함께 미래로 가자)라는 방미 슬로건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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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7일(미국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채택한다. 윤창중 대변인은 “선언문엔 향후 수십 년을 내다보는 새로운 양국 관계의 발전 방향에 대한 핵심 요소들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방미가 한·미 간의 군사동맹을 경제동맹으로 확장시키는 것이었다면 이번 순방에선 대한민국이 미국과 개발도상국 지원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함께 풀어 가는 글로벌 파트너로 격상되는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0대에 당선된 데다 개혁적 이미지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닮아 ‘블랙케네디’로 불린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 상대가 케네디 전 대통령이었다는 점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이 순방에 임종훈 청와대 민원비서관을 데리고 가는 것도 이번 순방의 달라진 점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뉴욕·워싱턴·LA에서 세 차례 미국 동포들과 간담회를 한다. 동포들의 고충을 현장에서 직접 모아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차원에서 임 비서관을 수행단에 포함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엔 비슷한 역할을 하던 국민권익비서관과 민원제도개선비서관이 순방길에 따라가지 않았다.

 이번 순방에 동행할 정치권 인사는 새누리당 정우택·유기준 최고위원, 이현재 의원으로 결정됐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당초 민주통합당 의원 두 명도 순방길에 동행키로 했다고 발표했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와 변재일 정책위의장에게 동행을 요청했으나 두 사람 모두 국회 일정을 들어 고사한 걸 확인하지 않고 발표하는 바람에 생긴 해프닝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나와 변 의장을 콕 찍어서 함께 가자고 하는 바람에 (야당 의원 중) 다른 대안이 없었다”며 “우리로선 좋은 기회였지만 국회에서 추가경정 예산심사가 진행되고 6일엔 본회의가 있는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자리를 비울 순 없는 거 아니냐”고 했다.

신용호·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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