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탓 … 은퇴 후 걱정 갈수록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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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은퇴 후에 대한 한국인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은퇴 준비 자금으로 편안한 노후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1일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실시한 ‘씨티금융지수’ 온라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편안한 노후를 확신하는 응답은 ‘매우 자신 있다’(5%)와 ‘자신 있다’(39%)를 합해 44%였다. 2010년의 78%, 2011년의 64%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다. 갈수록 노후 대비 자신감이 위축되는 추세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씨티은행 오영란 부장은 “금리가 떨어진 것이 주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한국인은 미국 같은 선진국보다 주식·펀드 투자를 덜 한다. 은행 예금을 통해 목돈을 마련하고, 예금 이자를 받아 노후 생활을 하는 이들이 다수다.

그런데 금리가 낮아지면 우선 은퇴 후 안정된 생활을 위해 모아야 하는 자금 규모가 커진다. 연리 6%일 때는 이자 3000만원(세전 기준)을 받기 위해 5억원이면 됐지만 이자율이 3%로 떨어지면 10억원이 필요하다. 이뿐 아니다. 이자가 조금밖에 붙지 않아 목돈을 불려나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졌다.

 저금리의 영향은 보험에 대한 인식에서도 묻어났다.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충분히 보험을 들었다’는 답이 2010년 71%에서 지난해 55%로 감소했다. 저금리로 인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확보해야 할 자금 규모가 더 커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저축과 투자는 절반가량(46%)이 ‘수입이 생길 때마다 늘 한다’고 했다. ‘가능할 때 부정기적으로 한다’가 39%였고 15%는 ‘거의 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갖고 있는 가장 큰 재정적 고민은 은퇴 준비(18%)였으며, 다음은 ‘생활비 마련’(17%)과 ‘대출·렌털비 갚기’(15%)의 순이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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