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7년 만에 회사채 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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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애플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30일(현지시간) 애플이 회사채 ‘아이본드(iBond)’ 발행을 위한 서류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회사채 발행은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아이본드는 만기가 2016년·2018년인 변동금리 채권과 만기가 2016년·2018년·2023년·2043년인 고정금리 채권 등 6종이다. 회사채 발행 주관사로는 골드먼삭스와 도이체방크를 선정했고 달러화 표시 채권만 발행할 예정이다.

 애플은 회사채 발행 액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총 200억 달러(약 2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금융권 회사채 발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애플은 지난달 24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에서 10년 만에 하락한 분기 순익 실적을 내놨다. 이에 따라 애플은 주주 보호를 위해 향후 2년간 총 1000억 달러(약 112조원)의 현금을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형태로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규모도 애초 10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대폭 늘렸고, 분기 배당도 15%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당시 피터 오펜하이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채권시장을 이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보유 현금이 1450억 달러(약 160조원)에 달하는 ‘현금부자’ 애플이 주주 환원을 위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정작 손에 쥐고 있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절세를 위해 1020억 달러를 해외에 쌓아놓고 있다. 이 돈을 본국에 가져오려면 최대 35% 세율의 국내 이전세(repatriation tax)를 내야 한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애플에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3대 신평사는 애플의 신용등급을 최고 신용등급보다 한 등급 낮은 Aa1(무디스)과 AA+(S&P)를 부여하고 있다.

반면에 3대 신평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신용등급에는 최고 등급인 Aaa(무디스)와 AAA(S&P) 등급을 매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주 10년물 채권을 미 국채 금리보다 0.70%포인트 높은 2.375%에 발행한 바 있는데 애플의 회사채는 이보다 다소 높을 전망이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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