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스·쑹메이링의 ‘밀당’ 5년에 눈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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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호 04면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1ㆍ2』 [한길사]

중국 역사라고 하면 지레 겁부터 먹는 이들이 있다. 방대한 세월에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들 때문이다. 하지만 김명호(62) 성공회대 교수가 쓴 『중국인 이야기』(한길사)는 좀 다르다. 고대부터 벌어지는 연대기순이 아닌, 청조 멸망에서 문화대혁명까지의 드라마틱한 중국 근현대사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근현대 중국의 생생한 현장 중국인 이야기 2

덕분에 저자의 말처럼 『삼국지』보다 더 흥미롭다. 역사를 사건이 아닌 인물에 맞춰 풀어내는 기법도 특별하다. 모두 40년 가까이 중국을 1000번 넘게 드나들며 놀이터로 삼아온 저자의 내공 덕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중앙SUNDAY에 연재 중인 ‘사진과 함께하는 중국 근현대’의 글을 토대로 만든 책은 지난해 1권에 이어 최근 2권이 나왔다. 이번엔 국부로 존경받는 쑨원, 대범한 혁명의 후원자 쑹자수, 마오쩌둥의 실책을 비판한 '전쟁의 신' 펑더화이, 장제스·마오쩌둥과 천하를 삼분한 장쉐량 등이 등장한다. 또 내로라하는 문화인들의 행복한 살롱 ‘이류당’, 혁명가들의 얽히고설킨 연애와 사랑 이야기 등을 양념처럼 배치했다.

‘혁명과 사랑’이라는 주제의 이야기들은 특히 눈길을 끈다. 가령 장제스와 쑹메이링이 결혼하기까지 5년간의 ‘밀당’은 거의 정치협상 수준이었다. 쑹메이링을 처음 봤을 때 이미 아내와 첩이 두 명이나 있는 장제스. 그는 쑹메이링의 형부인 쑨원에게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하지만 쑨원의 아내 쑹칭링의 반대로 매번 불발된다.

쑨원이 장제스에게 이 사실을 전하며 하는 말, “내 경험에 의하면 여자 마음 돌리려면 적어도 6개월은 필요하다.” 역시 바람둥이였던 쑨원다운 충고였다.

이후 이혼까지 감행한 장제스는 쑹메이링에게 열심히 공을 들이지만 상대에겐 쉽게 먹히지 않는다. 중국 국민당의 1인자였던 그가 내뱉은 말이 압권이다. “이 짓이 전쟁보다 더 힘들다!”

이 책은 단문으로 구성돼 쉽게 읽힌다. 또 단편이기에 자신이 읽고 싶은 것만 뽑아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야기에 취해 술술 책장을 넘기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역사 속 중국인들은 물론이요, 중국의 속살까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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