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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서 전시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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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은 독서주간이다.
쾌적한 기분과 독서는 떼어놓을 수 없다. 아침저녁으로 섭씨 20도의 가을 기온은 책읽기에 알맞다. 시정의 생활인이 독서의 환경을 갖기란 참 힘들다. 우리 사회에서 봄·가을이 마치 문화의 계절처럼 행사되는 것은 생활불비의 탓이다.
더구나 조밀한 도시의 생활, 풀 한 포기의 정원조차 거느리기 힘든 주택난, 숨가쁜 생활 등에 시달리다 보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유한취미에 속한다. 「독서주간」보다 「독서사계」가 옳다는 말은 이상론이다. 농촌의 경우는 서점들의 영세성 때문에 신간들을 산적해 둘 수 없다. 재고도 역시 마찬가지다. 농촌사람들은 독서물의 선택까지도 제한되어 있는 셈이다.
「베스트·셀러」의 풍조를 본다. 대부분이 번역서적들이다. 그것도 일본의 3류 소설들이 마치 굉장한 서적인 듯이 팔린다. 일본문학이라고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소비문명의 유독성 부산물들이 공연히 우리나라에 흘러 들어와 물을 흐려놓는 것이다.
책임은 사회가 공동으로 져야 한다. 그런 투자에 눈이 어두운 출판업자는 사회의 양식으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억제하지 못하는 유사 「출판자유」의 방임도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악서는 문화의 창녀나 다를 바 없다.
이번 가을 불란서에서는 「사를르·루」의 『「바레르모」를 잊어 버리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 작품은 그 사회의 「리바이벌」경향을 시사해주는 심리소설이다. 『기계적인 근대사회생활 속에서 인간의 원시적인 정열에 「노스탤지어」를 품는 자연스런 심리의 동향』이라고 「르·몽드」지는 비평한다.
「베스트·셀러」는 바로 그 사회상의 거울이다.
얼굴이 붉어질 일이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독서주간에 앞서야 할 일은 사회전체에 악서의 감식안을 심어주는 것이다. 도서관협회 같은 곳에서는 악서전시회라도 열 수 없을까. 악덕출판업자는 혼비백산 도망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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