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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 추가도발 땐 개성공단 송전·용수 끊을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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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허태열 비서실장, 박 대통령,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남재준 국정원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의 통행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생산라인 보호 등을 위해 개성공단에 머물러온 남측 관계자 176명(중국 동포 1명 포함)이 27일부터 철수를 시작한다. 정부가 국민보호 차원에서 이들 모두를 귀환시키기로 한지 하루 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개성공단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에 대한 철수는 자율적으로도 할 수 있지만 국가의 책무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권고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상 전원 철수령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북한에 시한으로 정한 26일 낮 12시가 넘자 곧바로 오후 3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해 전원철수를 결정했다. 북한은 오후 2시15분에야 국방위원회가 나서 대화 거부와 비난 입장을 내놨다. 우리가 정한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대화주도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오후 5시 개성공단 현지에서 북한 측에 외교안보장관회의 결과를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북측은 문건접수를 거부했고, 우리 측은 구두로 이를 전한 뒤 체류 인원의 철수 계획 등을 알렸다.

 북한은 지난 3일 공단 출입을 중단한 이후 공단으로 진입은 막으면서도 남측으로의 이동은 허용해 왔다. 이 때문에 우리 국민들의 철수는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 국방위도 담화에서 “철수와 관련해 제기되는 신변안전보장대책을 포함한 인도적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자들의 귀환은 보장해 주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개성공단에 대한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대북 송전 중단 등의 ‘중대조치 2탄’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우리 측 인원의 철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북측을 자극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북측이 추가적 도발조치를 내놓을 경우 송전 중단은 물론 용수공급 중단과 같은 조치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공단에서 쓰는 전력은 2007년 6월부터 한국전력이 10만㎾ 규모로 송전해주고 있다. 또 개성 인근의 월고저수지에서 취수한 용수를 정수해 하루 6만t 규모로 공급하고 있다. 이 중 1만5000t은 개성주민들을 위한 식수로 공급하고 있어 이를 중단할 경우 북한도 불편을 겪게 된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기업재산 보호 요구를 얼마나 이행할지도 주목된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총격 사망 사건 이후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불허하자 북한은 금강산 출입금지에 이어 자산을 몰수했다. 이를 고려하면 개성공단 운영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유사한 길을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123개 입주기업은 1조원에 가까운 산업기반시설과 공장 시설을 투자한 상태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 교수는 “북한은 ‘떠날 땐 멋대로 떠나도 들어올 땐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말을 해왔다”며 “북한도 이날 중대조치를 언급하고 있어 개성공단이 제2의 금강산 관광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경대응 기조는 25일 대북 대화제의에서부터 감지됐다. 26일 오전까지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할 당국회담에 호응할 것을 촉구하면서 불응 시 ‘중대조치’를 취할 것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 철수하도록 권고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정부는 강제철수 형식을 택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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