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이 샘났나봐 … 이틀 연속 날씨 심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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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가 26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2라운드 13번 홀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이천=뉴시스]

“그립의 압력이 달라지면 스윙 리듬을 망친다.”(루이 우스트히즌)

 “항상 같은 리듬을 유지하려면 임팩트 때 파워 욕심을 버려야 한다.”(김경태)

 “몸과 팔이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 스윙 리듬이 좋아진다.”(웨이드 옴스비)

 투어 프로들도 갑자기 스윙 리듬을 잃어버려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주말 골퍼들은 말할 것도 없다. 라운드 중 갑자기 샷이 난조에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봄에는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더 힘들다. 일교차도 크고, 봄바람은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다.

 26일 경기도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치러지고 있는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2라운드도 마찬가지였다. 첫날에 이어 이튿날에도 비와 천둥·번개 때문에 경기가 1시간 넘게 중단됐다가 다시 속개되면서 톱랭커들도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선수들에게 ‘스윙 리듬’에 대해 물었다.

 2010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한국인 첫 상금왕을 차지한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는 올 시즌 부진하다. 4개 대회에 출전해 2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다. 김경태는 이 대회 2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중간합계 2언더파로 전날보다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윙 리듬을 잃어버렸다. 아직도 예전의 좋았던 리듬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컴퓨터 같은 샷을 구사했던 김경태가 스윙 리듬을 잃어버린 이유는 뭘까. 김경태는 “거리 욕심에 임팩트 때 순간적으로 파워를 더 내려다가 흐트러졌다”고 했다. “파워를 80%만 실었을 때 최적의 스윙 리듬이 나오는데 자신도 모르게 최대 120%까지 오버 페이스를 했다”고 실토했다. 그는 퍼팅 때도 임팩트 이후 퍼터 페이스가 닫히지 않고 미세하게 열리는 문제가 생겨 교정 중이다. 몸과 팔이 일체감을 갖도록 해주는 벨리퍼터(명치 끝에 고정한 채 스트로크하는 롱퍼터)를 이용해 연습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세계랭킹 7위의 루이 우스트히즌(31·남아공)은 “스윙 리듬이 깨지는 것은 스윙 과정의 결점이 아닌 ‘그립 압력’이 높아지면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그런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긴장이 되고 불안한 상황일수록 그립의 압력은 높아진다. 리듬을 지키는 방법은 느슨하게 쥐는 것이다. 우스트히즌은 2라운드에서 1타를 더 줄여 중간합계 4언더파로 순항 중이다.

 아논 봉바니(25·태국)와 함께 공동선두로 나선 웨이드 옴스비(33·호주·7언더파)는 “스윙 리듬이 깨질 때는 몸과 팔의 커넥션 동작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옴스비는 이럴 때는 “제일 먼저 몸의 회전과 팔의 움직임이 같은 속도로 진행하고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본적으로 셋업의 밸런스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대섭(32·우리투자증권)은 “경기가 중단됐다가 재개됐을 때는 가능한 빨리 움직여서 이미지샷을 충분히 한 뒤 경기에 나선다”고 말했다.

 대회 2라운드는 전날에 이어 또다시 비로 지연되면서 77명의 선수가 경기를 마치지 못해 27일 오전에 잔여 경기를 치른다. J골프가 27~28일 대회 3, 4라운드를 낮 12시부터 생중계한다.

이천=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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