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납골당 '영혼 우체국'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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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빠! 나 애들 데리고 왔어. 한달에 한번 온다고 했는데 그렇게 안 되네. 잘 있지? 이제는 아프지 말고,말도 잘 하고,밥도 잘 먹고 해. 여기서 아플 때 말도 못 하고,밥도 못 먹어 배 고팠잖아…. 아빠 잘 있어. 절대로 아프면 안 돼. 이제 추석 때 보러 올게. 안녕∼∼! (글쓴이 당신의 ♧♧)”

대전 서구 정림동 구봉산영락원(납골당)의 ‘영혼 우체국’에 들어온 사연 중 하나다.

대전시시설관리공단 장묘사업소가 2001년 운영에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영혼 우체국을 통해 유족과 친지,친구 등이 고인(故人)에게 보낸 ‘답장 없는 편지’는 5천여통에 달한다.먼저 보낸 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고인에게 생전에 미처 하지 못했던 말 등이 편지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삶이 너무 힘들어 고인을 원망하는 내용도 간혹 눈에 띈다.

공단 측은 이들 편지 가운데 1백여 통을 골라 최근 『영혼우체국에 답지한 추모의 편지』란 책 4백부를 발간,편지 주인공 등에게 나눠주고 있다.

납골당에는 유족들이 편지를 쓸 수 있도록 편지대(책상)와 편지지·필기도구가 마련돼 있다. 공단측은 영혼 우체국에 대한 유족의 반응이 좋자 이번 설 연휴 기간에는 2개였던 편지대를 5개로 늘렸다. 이와 함께 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www.djsiseol.or.kr)에 온라인으로 편지를 쓸 수 있는 ‘사이버 영혼우체국’도 마련했다.

여종수(呂宗壽) 장묘사업소장은 “고인과 유족이 죽음의 벽을 초월해 정신적 만남을 계속할 수 있도록 영혼 우체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1995년 문을 연 구봉산납골당에는 현재 7천1백90위(位)가 안치돼 있으며,하루 평균 2백여명이 찾고 있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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