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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읽을 책들|박목월·손소희씨의 추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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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1년 중 가장 선선하고 공부와 독서에 알맞은 계절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어머니는 집안 일을, 규칙적인 나날로 접어들었다. 아이들이 자라남에 따라 어머니와 자녀와의 생각의 차이가 생기고 의견이 맞지 않는 것은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공부를 야단스럽게 말하면서 자신은 책과 먼 생활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데서 아이들은 어머니를 돌아보는 일없이 혼자서 먼 세계로 떠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어머니도 성장하기 위해서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읽고 생각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면 좋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시인 박목월씨와 작가 손소희씨에게 추천 받아 소개한다.
▲테스(토머스·하디작)=「순결한 여자」라는 제목도 있다. 「톨스토이」도 이 작품을 높이 상의한 바 있다. 「테스」는 운명적으로 파탄을 거듭하고 불쾌한 우연에 의해 괴로움을 당하며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 여인은 운명을 저주하거나 세상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이른바 정의가 행해지고 불멸한 자가 주재하는 운명은 「테스」를 가지고 희롱하기를 그만두었다』라는 말은 작자의 숙명론을 요약하고 있다.
▲부활(톨스토이 작)=「네프류도프」가 감옥에 갇힌 「카추샤」를 방문하는 장면은 극적이다.
『이제부터라도 속죄를 하고 싶다. 신에 대해서 꼭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카추샤」는 분연히 꾸짖는다. 『당신은 나를 미끼로 자기를 구하려고 생각하시는군요. 이 세상에서 나를 장난감으로 만들어 자기를 즐겁게 하고, 저 세상에서 마저 나를 미끼로 자기를 구하려고 생각하시겠군요.』 「카추샤」의 이 통렬한 비판은 이 명작의 의미를 한 마디로 함축하고 있다.
▲여자의 일생(모파상 작)=여자의 운명을 다룬 작품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모파상의 이 장편은 뛰어난 걸작이다. 여자가 겪는 불행이나 비참한 상황보다 인간이 직면하는 「절대적 고독」을 이 작품은 중요한 주제로 삼고 있다.
『여하튼 인생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것도 또 나쁜 것도 아니다.』 작가는 담담하게 스스로 제기한 문제를 이렇게 해명하고 있다.
▲생활의 발견(임어당 작)=「생활의 중요성」이 원제이다. 인간의 문명은 벼룩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궤변을 작자는 어색지도 않게 늘어놓는다.
수필을 읽는 기쁨이 우선 가득하다. 임어당은 현대의 문명을 측면에서 「아이러니컬」하게 분석하려고 한다. 「40대의 어머니가 양손에 두 아이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그는 감동적으로 예찬하기도 한다. 작자는 사는 기쁨을 뜻하지도 않은 구석구석에서 찾아낸다.
▲네루의 옥중기(네루 저) =원명은 「세계 역사의 눈길」이라는 거편. 그 초역판이 국내에서도 출판되었다.
「네루」가 여섯 번 째 옥중 생활을 하며 열세 살 밖에 안된 무남독녀 「인디라」에게 준 서한문들이다. 「인도인의 부르짖음」 「어린 민주주의」 등 「네루」는 어린 딸에게 세계사에 접근하는 눈을 심어준다. 우리의 상황, 역사의 교훈을 조용하게 깨우친다. 우리는 자라나는 후세에 어떤 눈을 길러 주어야 할까.
▲채근담(조지훈 역) =동양의 고전으로 너무도 유명한 이 책을 역자는 머리말에서 『채근담의 근본 정신을 한가지 공식과 논리만으로 모든 사람을 율하려 하지 않고 때와 자리와 사람을 따라 그 잘못되기 쉬운 약점을 지적하는 융통자제의 현실적 윤리』라고 풀이했다.
「베스트·셀러」에 중독된 것을 깨끗이 낫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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