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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조리 살짝, 자연이 씹히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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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문화에도 자연주의가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자연주의 음식은 스칸디나비아 요리다. 스칸디나비아 가구에서 익히 봐왔던 군더더기 하나 없이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자연주의 디자인이 스칸디나비아 음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웨덴 파비켄 매가지넷(Faviken Magasinet) / 파비켄 소재, 셰프 매그너스 닐슨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600㎞ 떨어진 동명의 시골 마을에 있는 자연주의 식당이다. 2008년 처음 문을 열었다. 지난해 ‘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 34위에 올랐다. 스톡홀름에서 차로 10시간 가야 할 정도로 외딴 곳이지만 세계 미식가가 많이 찾는다. 5개월 전에 예약해야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자연요리, 채집요리를 선보인다. 시골에 있기 때문에 식재료 채집 수준이 노마보다 훨씬 극단적이다. 노루와 사슴은 사냥하고, 돼지와 소 등 가축은 직접 잡아 식재료로 사용한다. 야채도 셰프 본인이 직접 키우거나 주변에서 채집한 것만 사용한다. 겨울엔 여름·가을에 수확해 놓은 채소를 저장했다가 사용한다. 올해 서울고메에 방문했을 때 식품을 저장하는 방법으로 우리 장(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 노르웨이 슈테홀더고덴(Statholderg a rden) /오슬로 소재, 셰프 벤트 스티안센

스티안센은 1993년 ‘보퀴즈 도르’(요리의 신으로 불리는 폴 보퀴즈가 만든 프랑스의 대표적인 국제요리경연대회)의 우승자다. 노르웨이에선 최고의 셰프로 꼽힌다. 지난해 대전 세계조리사대회에 참가해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곳엔 노르웨이 국왕도 자주 방문한다.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시즌에 이곳에서 식사하기 위해 국왕이 공식 일정을 조정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예약은 보통 1주일 전에 받는다. 다만 매년 11월 15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는 1년 전에 받는다. 가격은 6~7가지 음식이 나오는 코스 요리가 1인당 50만원 정도다.

 주요 식재료로 연어·고등어·넙치 등 수산물과 순록·양등 육류를 두루 사용한다. 손님이 가장 많이 찾는 요리는 노르웨이산 연어 요리다. 바다에서 바로 공급받아 신선한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다.

 프랑스식 기법을 사용한 유럽 전통식 메뉴지만 세계 다른 나라 요리 스타일도 접목한다. 스티안센은 “아시아에 관심이 많다”며 “아시아 요리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 덴마크 노마(Noma) / 코펜하겐 소재, 셰프 르네 레드제피

2010~2012년까지 3년간 영국 요리잡지 ‘레스토랑’이 선정한 ‘더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1위를 차지했다. 4년간 1위를 지키던 스페인의 엘 불리를 제친 것이라 당시 더 화제를 모았다.

 노마는 덴마크어로 북유럽을 뜻하는 노르딕(Nordisk)과 음식을 뜻하는 마드(Mad)를 합쳐 만든 이름. 북유럽 음식이란 뜻이다. 이 레스토랑은 인테리어로도 유명하다. 19세기 지어진 해운 창고를 개조했는데, 오래된 목조건물 느낌을 잘 살리면서도 깔끔하고 세련되게 내부를 꾸몄다. 많은 현지 언론은 “현대식 가구와 오래된 목조건물의 느낌이 잘 어우러져 있어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진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평한다.

 셰프 르네 레드제피는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제철 식재료만으로 요리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근 지역 주민으로 구성한 채집 네트워크를 만들어 도움을 받는다. 또 식당 내에 작은 채소밭을 만들어 직접 야채를 재배해 요리에 사용하기도 한다.

 이곳의 유명 메뉴는 ‘화분 안의 무(radish in the pot)’와 ‘절임 야채와 골수(pickled vegetable & bone marrow)’다. 화분 안의 무는 신선한 래디시(서양무)를 맥주와 헤이즐넛 등으로 만든 진흙 같은 파우더와 함께 화분 모양 그릇에 담아내는 요리다. 또 절임 야채와 골수는 다양한 절인 야채를 썰어 예쁘게 장식하고 사이사이에 구운 골수를 올려 만든 요리다.

 코스 요리는 7~8가지 코스가 1인당 20만원 수준이다. 공연 티켓 예약하듯 미리 예약해야 식사를 할 수 있다. 노마는 어떤 예약이든 고객이 원하는 날짜로부터 3개월 전에 받기 시작한다. 대부분 해당일 예약이 개시되자마자 마감된다고 한다. 지난달 이곳에서 식사한 고객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여 명성에 일부 흠이 가기도 했다.

한국 사회는 쏠림이 심하다. 뭐 하나가 좋다고 하면 너도나도 몰입한다. 지금 대세는 단연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다. 한 노르웨이 가구는 수입량이 1년 새 1300% 이상 늘었고, 덴마크 의류는 지난해 9월에 비해 25배 더 많은 양이 들어왔다. 어디 그뿐인가. 육아법도 실용적이고 합리적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스칸디맘이 열풍이다.

 그런데 유독 스칸디나비아 요리는 낯설다. 덴마크 코펜하겐 레스토랑 노마가 2010년 영국 요리 월간지 ‘레스토랑’이 선정하는 ‘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스칸디나비아 음식은 이미 전 세계적인 관심을 얻었지만, 국내에서만큼은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스칸디나비아는 잘 알려진 대로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에 걸쳐 있는 반도 이름이다. 하지만 요즘 문화 코드로서의 스칸디나비아 3국을 꼽는다면 노르웨이와 스웨덴에다 덴마크를 포함하는 게 보통이다.

 

[사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음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 3개국이 스칸디나비아 요리를 대변한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신선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자연주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재료를 다른 형태로 만드는 스페인의 분자요리나 다양한 소스 등을 사용해 화려한 맛을 선보이는 프랑스 요리와는 사뭇 다르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재료가 요리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재료 맛을 살릴 수 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 보니 스칸디나비아 요리는 단순하다. 조리 과정을 최소로 줄이다 보니 심심하기까지 할 정도다. 소스도 과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살짝 소금간을 해서 굽거나 부드러운 맛을 살리는 크림을 조금 사용하는 게 전부다. 최근엔 재료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저온에서 오래 익히는 방법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아니면 아예 소금에 염장하거나 훈제해서 먹는다.

 스칸디나비아 셰프의 신선한 식재료에 대한 집착은 유명하다. 제철 음식을 넘어 자국에서 나는 식재료만 고집하기도 한다. 채집요리로 유명해진 스웨덴 레스토랑 파비켄의 셰프 매그너스 닐슨은 자신이 직접 기르고 사냥한 식재료만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채소는 직접 재배하거나 산으로 들로 나가 채집해 사용한다. 겨울엔 여름·가을에 수확한 것을 저장했다 사용한다. 절임법을 많이 사용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다.

 그러다 보니 요리의 주재료로 수산물을 많이 쓴다. 바다에 접한 바이킹의 후손이라 그런지 수산물을 항상 식탁에 올린다. 연어·고등어·대구를 많이 먹고, 청어는 절여 조금씩 먹는다. 조개류도 많이 사용한다.

 특히 더 자주 먹는 것은 연어다. 훈제하거나 익혀 먹기도 하지만 가장 즐기는 방식은 생으로 먹는 거다. 샌드위치 가게에서도 얇게 썬 호밀빵에 생연어 두세 쪽을 얹어 그대로 먹는 사람이 많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만난 미슐랭 스타 1개 레스토랑 슈테홀더고덴의 셰프 벤트 스티안센도 “저녁엔 생연어에 아보카도·오이·참깨를 곁들여 간장 소스를 뿌려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의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2만km에 달하는 긴 해안선이 있는 노르웨이는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 양질의 수산물을 수출한다. 피요르드 지형을 잘 보여주는 노르웨이의 대표 항구도시 베르겐 모습.

3개국 모두 수산업이 발달한 나라지만 연어와 고등어는 노르웨이산을 많이 먹는다. 발달한 양식 기술과 가공 기술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노르웨이 냉장 연어를 쉽게 먹을 수 있다. 가령 월요일 아침에 노르웨이 앞바다에서 건져낸 연어는 수요일 오후면 대형마트에 진열된다. 비행기로 실어 나르기 때문이다. 정작 같은 유럽권인 프랑스 파리에서는 배로 운반하기 때문에 매장에 오르기까지 평균 4~5일이 걸린다.

 육류로는 순록 고기를 많이 먹는다. 가정식으로는 미트볼 형태로 먹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감자와 채소를 곁들인다. 감자는 우리로 치면 밥에 해당한다. 쪄서 소금간을 약간 한 상태로 식탁에 올리거나 으깨 크림을 섞어 먹는다. 달걀만 한 조그만 종자로 한국 감자보다 더 고소하고 부드럽다.

 가구에서 보이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은 푸드 플레이팅(요리를 접시에 담는 것)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살짝 익힌 연어나 절인 고등어 작은 조각 하나에다 궁합이 맞는 허브 한 장을 뿌리는 식이다.

 이렇게 말하면 스칸디나비아 3개국 요리가 모두 비슷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자연주의라는 큰 컨셉트는 똑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특징이 조금씩 다르다.

노르웨이 일반 가정식, 피시 케이크
노르웨이 사람들은 수산 대국답게 어류와 조개류를 많이 먹는다. 일반 가정식으로는 미트볼과 함께 피시 케이크(fish cake)를 많이 먹는다. 생선과 생선 부속물을 함꼐 갈아 반죽한 뒤 익힌 것으로, 어묵과 비슷하다. 프라이팬에 지지거나 오븐에 살짝 데워 먹는다. 노르웨이 오슬로 한 식품점에 진열돼 있는 다양한 종류의 피시 케이크. 사진=윤경희 기자

 예컨대 ‘뉴 노르딕 푸드’ ‘뉴 스칸디나비아 스타일’로 불리는 덴마크 요리는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요리는 화려하게 꾸민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쓴다는 점에서는 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로컬 푸드에 대한 관심과 닮아 있다. 그렇지만 요리를 쉽게 내지는 않는다. 요리를 최대한 아름답게 담아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위에 언급한 노마가 대표적이다. 다른 많은 덴마크 레스토랑도 노마 스타일을 많이 따르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는 좀 더 보수적이다. 정통 유럽식을 고수하는 식당이 많다. 오슬로의 레스토랑 슈테호더가르덴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자국에서 나는 신선한 식재료 사용을 기본으로 하지만 프랑스식 테크닉을 사용한 정통 유럽식 코스 메뉴를 내놓는다. 생선 요리만으로 승부하는 레스토랑도 인기다. 매일매일 ‘오늘의 생선’을 메뉴로 내놓는 스타방에르에 위치한 레나(Rena)는 2~3일을 기다려야 예약할 수 있다. 셰프가 당일 신선하고 맛난 생선을 골라 가장 어울리는 방법으로 요리해 내는 메뉴다.

 스웨덴의 요리는 덴마크와 닮았지만 훨씬 더 트렌디하다. 셰프 벤트 스티안센은 “스칸디나비아에서 뭔가 새로운 요리 트렌드가 시작됐다면 그 출발은 분명 스웨덴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오슬로·트롬쇠·베르겐·스타방에르=윤경희 기자

[우리나라에서 스칸디나비아 음식 맛볼 수 있는 곳]

◆홍대 앞에 있는 유럽식 가정 식당/ 22소더맘

국내에서 스칸디나비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셰프 엄현정(사진)씨가 운영하는 22소더맘이 대표적이다. 스웨덴 가정식을 표방한다. 상호는 젊은 예술가가 모여 살아 트렌드 중심지가 된 스톡홀름 소더맘 지역과 지금 식당이 자리 잡은 번짓수를 따 지었다. 엄씨는 뉴욕 맨해튼의 유명 스웨덴 레스토랑 아쿠아비트 출신. 풋풋한 스웨덴 가정식을 세련된 뉴욕 감성으로 풀어내 정갈한 스칸디나비아 요리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셰프 엄현정

대표 메뉴는 스웨디시 미트볼(1만5000원)이다. 크림과 섞은 으깬 감자에 새콤달콤한 크렌베리를 설탕에 조려 곁들이는데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이외에도 노르웨이 연어구이, 감자수프 등이 있다. 절인 청어와 연어를 통호밀빵, 딥소스와 함께 내는 청어 절임 플레이트(1만8000원)와 연어 그라블락스(1만8000원)도 인기 메뉴다. 엄씨는 “홈메이드 보드카 아쿠아비트와 함께 먹으면 맛이 더 좋다”고 귀띔했다.

위치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3-22
문의 070-8713-5765

◆가로수길에서 맛보는 스칸디나비아 디저트와 커피 / 피카(FIKA)

스칸디나비아 전통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 지난해 8월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1, 2층은 북유럽식 커피와 디저트를, 지하에서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소품을 판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스웨덴 디저트 셈라(4000원)는 크림을 채워넣은 주먹만 한 크기의 빵으로, 따뜻한 우유에 찍어 먹는 것이 정통 방식이다. 이외에도 스칸디나비아에서 많이 먹는 시나몬 롤인 뷸라와 한국식으로 변형한 스웨덴 빵과 케이크를 선보인다. 커피는 계란 노른자를 넣은 스웨디쉬 에그 커피(7000원)가 인기다.

피카는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취급하는 북바인더 박종덕 대표가 운영한다. 본점인 가로수길점 외에 동대문 두타와 종로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지하에 2개 점이 더 있다.

위치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6-21
문의 02-511-7355(가로수길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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