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솜뭉치 자리지적 희미한 채|어설픈 현장검증 - 홍제동 살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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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제동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된 연탄장수 신규한(52)씨에 대한 현장 검증이 18일 상오6시30분 서울서대문경찰서 수사 제2계장 신영열 경감의 지휘로 행해졌다.
신씨는 이 현장 검증에서 연탄창고에서 한 여인의 몸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창고 문 앞에 있던「시멘트·블록」으로 한 여인을 때려죽이고 곧이어 부엌에 있는 조카딸 화양을 도마에 내려쳐 죽인 범행장면을 순순히 되풀이했다.
○…이날 「카키」색 모자 풀색「잠바」 회색바지를 입은 채 포승에 묶인 신씨를 앞세우고 50여명의 경찰관이 현장에 들어서자 한 여인 집으로 가는 길목 언덕 등은 새벽잠에 눈을 비비면서 모여든 5백여 명의 구경꾼으로 꽉 차고 한때 한 여인을 대신할 「모델」이 없어 쩔쩔매던 경찰은 김모 경사에게 「원피스」를 입혀 한 여인 노릇을 하게 했는데 신씨는 너무나 실감나게 범행을 지연했다.
○…첫 현장검증을 마치자 경찰은 범행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곧 2차 검증을 실시, 신씨는 5분간에 범행을 새로 되풀이했다.
대문을 나서 뒷산을 넘어 세검정개울에서 피묻은 구두를 닦고 자기 집까지 가는 시간은 10여분이 걸려 경찰이 추산하는 20여분과 일치했다.
○…그러나 신씨는 이날 연탄창고 앞에 놓인 돌의 위치, 죽은 한 여인의 쓰러진 모습을 정확히 진술치 못했고 피를 닦았다는 솜뭉치를 꺼낸 서랍이 어딘지 가리지 못해 기대하던 경찰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현장검증을 끝낸 신씨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순간적으로 저지른 짓이라, 내 정신이 아니었다』면서 『관대한 처분을 해주면 재생의 길을 걷겠다』고 말하고 『경찰에서 부당한 진술을 강요받았는가』라는 질문에는 『심경이 괴롭다』고 대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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