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경제활동 적극 반영 … 미, GDP 계산법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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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국내총생산(GDP) 산출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정부가 연구개발(R&D) 등 창조적인 경제활동을 적극 반영해 올 3분기(7월)부터 GDP를 산출하기로 했다”고 21일(현지시간) 전했다. GDP는 한 나라의 1년간 경제성과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다. FT는 “미국 상무부가 새로운 방식으로 계산하면 GDP는 3% 정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FT에 따르면 R&D 활동이 GDP에 포함된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이 벌인 R&D는 이제껏 비용으로 처리됐다. GDP를 깎아먹는 요인이었다. 이제부턴 투자로 분류된다. 상무부는 “이렇게 하면 2007년 기준으로 미국 GDP가 3000억 달러(약 340조원) 정도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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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는 “R&D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몫을 한결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부수효과도 크다. 민간 기업의 순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다. 지금까지 기업의 R&D 자금도 비용으로 회계처리됐지만 투자로 잡으면 장부상 순이익이 늘어나서다.

 책·영화·음악·드라마 등 예술 창작활동이 낳은 경제효과를 측정하는 방식도 바뀐다. 영화 등은 몇 년에 걸쳐 계속 매출이 발생한다. 지금까지 이런 경제효과를 작품이 발표된 해의 GDP에만 반영했다. 미국은 예술활용의 이런 경제효과를 매년 GDP에 넣기로 했다. 그 규모가 2007년 기준으로 700억 달러 정도다. 미 상무부는 부동산 매매 비용과 연기금 지급액, 은행 수수료 등이 낳은 부가가치 효과도 GDP에 새로 넣기로 했다. 그 효과는 900억 달러에 이른다. FT는 “전체적으로 미국 GDP가 3% 정도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GDP 규모가 같은 비율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 GDP에 이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국내 GDP 산출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의 김영태 국민소득총괄팀장은 “한국도 미국처럼 GDP 산출 방식을 바꿔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며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GDP 증가 효과가 4% 남짓으로 미국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개혁은 GDP 76년 역사상 중대한 변화다. GDP 개념이 탄생한 것은 1937년이었다. 러시아 출신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처음 제안했다. 실제 계산된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와중이었다. 미 정부가 전쟁물자를 얼마나 조달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활용했다.

 GDP는 끊임없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GDP 에 의존한 경제정책은 엉터리 나침반에 의존해 항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공해, 가사노동, 여가활동 등이 GDP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서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는 보완을 거부했다. 한때 “국내총생산(GDP)이 20세기 최고의 발명 중 하나”라고 평하기도 했다. 대안이 없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녹색성장 효과를 반영한 그린 GDP 등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했다. 결국 문제가 불거졌다. 2001년 닷컴 거품이 붕괴한 이후 GDP는 늘어났지만 미국인의 소득은 감소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2007년 주택 버블 붕괴 이후 더 심해졌다. 전문가들은 “ 굴절된 안경을 통해 경제를 지켜보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정부가 2008년 행동에 나섰다. 좀 더 정확한 나침반을 만들기 위한 GDP 개혁 작업이었다. 이번 개혁으로 GDP의 정확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행복’ 또는 ‘삶의 질’ 같은 요소를 어떻게 GDP에 반영할지가 과제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2010년 ‘행복 GDP 개발’을 선언한 까닭이다.

강남규 기자

◆국내총생산(GDP)=한 나라 안에서 1년 동안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종합해 계산한 경제지표.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계산하고 재정·통화 정책을 선택하는 기준이다. 자국민이 외국에서 생산한 것은 GDP엔 포함되지 않고 국민총생산(GNP)엔 들어간다. 반면 GNP엔 국내에서 외국인이 생산한 것은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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