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남자가 간호사 면허증을 딴 지 51년 만에 남자간호사회가 만들어졌다. 이 모임은 20일 창립총회를 열어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수간호사 김장언(54)씨를 초대회장에 추대했다. 한국 전체 간호사는 30만6000명, 이 중 남자는 6202명(2%)이다. 남자 간호사 인기가 올라가면서 최근 5년 새 4074명이 배출됐다. 매년 19%씩 증가한다. 한국전쟁 때도,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36년에도 남자 간호사가 있긴 했다. 남자라는 이유로 면허증을 발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간호사는 금남(禁男)의 영역이었다.
‘여자 간호사들한테 치여서, 생존을 위해 단체를 만든 건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 회장은 “노(No)”라고 했다.
그는 “요즘에는 병원장들이 남자 간호사 입지를 오히려 강화시키고 있다. 여자와 달리 생리휴가·분만휴가에서 자유롭다. 병원장 입장에서 남자를 선호하고 남자 간호사 위상도 올라가고 있다. 여자에 치여서 이런 모임을 만든 게 아니다”고 했다.
-남자가 최고위직에 오른 적이 있나.
“병원소속 간호사 모임인 병원간호사회 산하에 병원수술간호사회가 있다. 회원이 5500명인 큰 단체다. 거기 회장이 남자(건국대병원 우진하 팀장)다. 다만 서울 대형병원 내 간호사들의 수장(간호본부장·간호부원장 등)이 된 경우는 없다.”
-협회를 만든 이유는 뭔가.
“모임을 만들면 한 목소리로 우리의 권익을 주장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게다가 약사회 등 보건의료 관련 단체장들이 대부분 남자다. 간호협회만 여자다. 협회 측에서 남자들이 나서주길 기대하는 것 같다.”
-남자 간호사가 많이 느는 이유는.
“현재 8500명이 간호대에 재학 중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는다. 전문직인데다 취업난 속에서도 100% 일자리를 찾는다. 4년제 대학을 마치고 간호대에 다시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졸업 후 병원뿐만 아니라 교도소·소방서 등으로 진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힘이 필요한 분야가 있어서 남자 인기가 올라가는 게 아닌가.
“힘을 많이 쓰는 수술실·응급실·중환자실 등에 많이 배치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병동에 배치돼 환자를 돌보는 경우도 늘고 있다. 남자들이 섬세한 면이 부족해 병동 근무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기우란 게 드러나고 있다. 병동 부서장들도 이 점을 인정한다.”
79년 김 회장과 같이 서울대 간호학과에 입학한 남자 5명 중 3명은 탈락했다. 김 회장은 84년 서울대병원에 입사했고 한 명은 의료기 사업을 한다. 김 회장은 서울대병원 수술실(성인)과 보라매병원 수술실을 거쳐 본원 소아수술실 수간호사 생활을 8년째 하고 있다. 그는 “남자 간호사 영역을 넓히고 다양한 취업 정보를 후배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성식 선임기자